요즘 물가관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정부 부처 관계자들이 자주 거론하는 단어 중 하나가 슈링크플레이션이다. 정부 당국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물가를 억누르자 풍선효과처럼 곳곳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있음을 방증하는 일이다. 물가관리 당국은 고물가 현상이 장기화되자 ‘배추 국장’ ‘무 과장’ 등의 옛말을 상기시킬 정도로 물가관리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런 와중에 꼼수로 물가를 올리는 듯한 행태가 빈발하자 그 이면을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는 것 같다.슈링크플레이션은 ‘shrink(줄어들다)’와 'inflatio
이른 바 ‘노란봉투법’이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과반 의석을 보유한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기를 결정한 순간부터 법안 통과는 기정사실화된 일이었다. 노란봉투법은 장기간 우리 사회에서 숱한 우려와 논란을 낳아왔다. 특히 경영계 관계자들에게는 개정 법률안에 담긴 내용들이 꽤나 부담스럽고 공포스럽게 느껴졌던 것으로 보인다. 개정 법안에 담긴 내용들이 지나치게 노동조합 친화적이라는 점이 그 이유였다.경영계는 새로운 법안이 확정되면 연중 노사 분규에 말려드는 것은 물론 노조원들의 불법 행위로 인한 손실도 울며 겨자 먹기로 감수해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시작됐다. 그 서막은 지난달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행한 시정연설이었다. 윤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총지출 656조9000억원)이 건전재정의 기조 하에 편성됐다고 설명하면서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의 재정운용 기조가 “미래세대에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넘겨주지 않기 위한 것”임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과 국가신인도 유지를 위해서도 건전재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대통령의 협조 요청이 얼마나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현 정국 상황으로 보아 올해 예산국회는 오히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늪으로 잠겨드는 듯 보인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또는 잃어버린 30년이 우리나라에서도 현실화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는 최근 공개된 각종 성장률 관련 자료들을 통해 보다 구체화·심화됐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이 한국의 유별나게 저조한 경제성장률 전망치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로 나란히 1.4%를 제시하고 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는 각각 2.4%, 2.2%를 제시했지만 갈수록 실현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3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또 한 번 부동산 ‘영끌’ 매입에 대해 경고를 날렸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지만 부동산 시장이 국지적으로나마 들썩이는 시점에서 나온 한은 총재의 경고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게 다가온다.이 총재는 19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가 금방 예전처럼 1%대로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전제하면서 “빚을 내서 집 사는 것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빚을 내 집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한 뒤 “금융부담이 금방 줄어들 것이라 생각한다면 경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채무가 1100조를 넘긴 가운데 올해 나라 살림살이도 대규모 적자로 귀결될 것이 확실해졌다. 예상 적자는 58조2000억원으로 잡혀 있지만 실제 규모는 그보다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정수지가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근본원인이다.정부의 나라 살림살이 결과를 실질적으로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올해에도 최소 60조원 이상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올해 예산안을 짜면서 전망했던 58조2000억원은 서서히 비현실적 수치가 되어가고 있다. 이는 12일 기획재정부가 재정동향 최신호를 공개하면서 전망치 수렴
국내 소비자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한국은행이 물가 전망을 다달이 바꿔야 할 정도다. 지난 7월까지 6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인 결과 2.3%까지 감소됐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8월 3.4%, 9월 3.7%로 다시 확대되기 시작했다.이런 흐름은 한국은행이 예상했던 물가 경로에도 부합하지 않는 모습이다. 한은의 예상을 웃도는 수준에서 물가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뜻이다.한은은 통계청이 매달 물가동향을 발표하는 시점에 맞춰 물가상황 점검회의를 진행한다. 그때마다 향후 물가 흐름에 대한 나름의 시의성 있는 전
국민연금이 재정위기에 몰린 한국전력의 ‘낙하산’ 사장 영입을 지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치인 출신 김동철 사장 선임을 위해 지난 18일 열린 한전 임시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해당 안건에 대해 찬성을 표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된 것이다.이 같은 사실은 22일 연합뉴스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의원(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전해 받은 국민연금공단 쪽 자료 ‘한국전력공사 사장 임명 관련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결과’를 통해 알려지게 됐다.이번에 밝혀진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국민연금이 한전 주총 의결권 행사 과정에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철도노조가 KTX와 SRT 통합운행을 요구하며 지난 14일부터 나흘간의 한시적 파업에 돌입했다. 임금 인상과 4조 2교대 시행 등이 요구사항에 포함돼 있다지만 핵심은 KTX와 SRT 통합운행에 있다고 보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종국엔 KTX 독점체제로 회귀한 뒤 경쟁 없이 다시 한 번 철의자·철밥통 시대를 누리려는 속내를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KTX-SRT 통합운행 요구는 지난 1일부터 SRT 노선이 전라-동해선 등으로 확대되면서 수서~부산 간 SRT 운행이 줄어든 데서 촉발됐다. 이 조치는 서울~부산 간 KTX 운행 열차 증편으
국제유가 상승 행진이 거침없이 이어지고 있다. 8일 현재 국제유가의 기준처럼 인식돼온 서부텍사스 중질유(WTI) 10월 인도분 선물가가 배럴당 90달러선에 바짝 다가섰고, 또 다른 대표 유종인 북해산 브렌트유와 국내 유가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두바이유 선물가도 90달러선을 넘나들기 시작했다. 골드만삭스 등 서방의 대표적 투자 전문기관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올라설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국제유가의 심상치 않은 흐름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고 기지개를 켜려는 세계경제에 커다란 악재로 다가오고 있다. 당장 우려되
국민연금 개혁 방향을 제시하는 보고서가 1일 공개됐다. 보고서 작성 주체는 보건복지부 산하 전문가위원회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다. 민간 전문가 12명을 포함해 15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작년 11월 이후 20여 차례 회의를 거듭한 뒤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공청회를 열고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이와 별도로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는 ‘기금운용부문 개선사항’이란 보고서 초안을 공개했다. 여기엔 연금기금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방안이 담겼다. 골자는 국민연금공단에서 연금기금을 다루는 부문을 따로 떼어내 공
한국전력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더니 결국 200조원을 넘어섰다. 최근 한전이 공개한 반기보고서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된 한전의 총부채(연결기준)는 201조4000억원이었다. 국내 상장사 중 최대치이자 우리나라 1년 예산의 3분의 1을 넘어서는 규모다.더 심각한 문제는 부채 규모가 증가일로에 있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기준 누적 총부채는 반년 만에 8조원가량 늘어났다. 올해 3분기엔 국제유가의 일시적 하락에 힘입어 한전이 약간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기대된다지만 4분기엔 다시 적자로 돌아서리라는 게 시장 분석가들의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재계의 맏형’이란 옛 위상을 되찾으려 조만간 새 출발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 중 최소한 삼성이 복귀한 가운데 오는 22일로 예정된 임시총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며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재탄생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전경련의 새 출발을 가장 크게 빛내줄 이벤트로는 삼성의 복귀만한 것이 없을 것 같다. 현재 기류로 보면 삼성은 한경협 출범에 맞춰 회원사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각 계열사의 판단을 전제로 두긴 했지만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가 삼성의 전경련 복귀 통로를 열어준 것이 그런 분석의 배
권위 있는 민간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가 1.3%에 머물 것이란 전망을 유지했다. 지난 6월 기존보다 0.2%포인트 낮추어 제시했던 전망치를 두 달 만에 재확인한 것이다. 11일 한경연은 3분기 경제동향과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경기 부진 흐름이 연내에 반전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한경연의 전망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1.5%는 물론 정부와 한국은행의 최근 수정 전망치 1.4%보다도 낮은 것이다. 어느 쪽 전망이 맞을지는 알 수 없지만 관전자 입장에서는 민간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해 세계 금융시장에 파문이 일었다.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지만 미국 정부는 크게 반발했다. 세계경제를 선도하는 국가이자 달러화 발권국으로서의 자존심이 손상됐다는 자각 때문이었을 것이다.피치는 최근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기존의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추는 조치를 취했다. 미국을 독일 등 유럽 선진국은 물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호주·싱가포르보다도 아래로 내려보낸 것이다.이번 조치는 미국 국채의 안전성이 전보다 낮아졌으니 그만큼 조심성을 키우라는 메
더불어민주당이 또 추경 타령을 하기 시작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앞장서서 주장하는 이는 이재명 대표다. 명분으로는 이번에도 예외 없이 민생을 앞세우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퍼주기 선호 성향이야 새삼 거론할 것도 없지만, 때가 때인지라 혹여 정부 여당마저 추경의 유혹에 휩쓸려드는 게 아닐까 우려된다. 경기가 침체 기미를 드러내고 있는 마당에 정권의 사활이 걸린 총선이 시시각각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어서이다.정부·여당으로서는 미미하나마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고, 무엇보다 선심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추경에 매력을 느끼기
내년도 최저임금이 사실상 결정됐다. 몇몇 요식절차만 거치면 내년 최저임금은 전년보다 2.5%, 액수로는 240원 오른 시간당 9860원으로 확정된다. 초과근무 없이 주 40시간을 정확히 근무하는 상시근로자가 받는 월급을 기준으로 하면 206만740원이다. 이는 주휴수당 제도 덕에 쉬는 토요일에도 8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쳐 월간 근무시간이 209시간에 이른다는 계산 아래 산출된 액수다.최저임금위원회가 장기간 논의를 거듭한 뒤 표결을 거쳐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을 두고는 노·사 양측 모두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
한국은행이 13일 기준금리를 또 동결했다. 한은은 올 들어 1월에만 기준금리를 한 단계 인상한 뒤 내리 3.5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은 이번 기준금리 동결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기도 전부터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한은이 1월 이후 열린 네 차례의 금통위 회의에서 연이어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선 기준금리 인상 행진은 끝났다는 인식이 강화되고 있는 듯 보인다.그러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먼저 한은의 금리 동결 배경을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요는 한은의 연이은 기준금리 동결이
지난 4월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의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는 예상했던 대로 인재(人災)였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가 전 과정을 되짚어 살펴보니, 설계에서 시공·감리 전반에 걸쳐 사고 발생 위험요인이 널려 있었지만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어떤 과정에서든 누군가가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았더라면 ‘사고가 날 수 있겠구나’ 생각할 수 있었으나 그냥 지나쳤다. 단계별 관여자들이 타성에 젖어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거나 ‘설마’하는 마음에 알고도 지나쳤을 것으로 짐작된다.총체적 부실에 의한 사고였음을 고려하면 후자의
아직 일부이긴 하지만 식품업계가 줄줄이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 제조원가 인하 요인을 왜 판매가격에 반영하지 않느냐는 정부의 요구에 제조업체들이 화들짝 놀라 반응을 보이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가격 인하 물꼬를 튼 곳은 라면 제조업체다.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겹치면서 심화된 공급망 혼란은 세계적으로 고물가라는 달갑지 않은 현상을 초래했다. 특히 국제유가와 곡물가의 급상승은 각 나라 국민들의 일상생활은 물론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가했다. 러시아의 가스공급 제한과 세계 굴지의 곡창인 우크라이나의 밀 공급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