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통보의 효력을 조건부로 정지한 이후 일본의 태도 변화에 이목이 쏠린다. 사실 그에 대한 관심은 양국이 지소미아 협정과 관련된 각자의 결정을 동시에 발표했던 지난 22일 당시에 최고조를 이뤘다.하지만 청와대가 지소미아 종료 시점의 조건부 연기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절차 진행 중지를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측 발표에선 이렇다 할 진전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당연히 우리 언론과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어? 어?’ 하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일본 측 발표에서 구체적 입장 변화가 전혀
한동안 사라진 듯했던 ‘소득주도성장’이란 말이 대통령과 경제사령탑의 입에서 거의 동시에 나왔다. ‘경제 교과서에도 없는 정책’, ‘모험적 실험 정책’ 등이란 부정적 평을 듣다가 장담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슬그머니 사라진지 반년여만의 일이다.문재인 정부의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이던 장하성씨가 주도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현 정부의 핵심적 경제정책으로 분류된다. 혁신성장과 공정경제를 더해 3축 정책이라는 게 현 정부의 주장이지만 ‘혁신’과 ‘공정’은 사실 경제정책이랄 것도 없는, 당연히 추구해야 할 개념에 불과하다. 사실상 소득주도성장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우리 사회에서는 소득 분배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논란은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 등을 통해 분배에 많은 신경을 기울였지만 오히려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비판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한때 임금 근로자들을 따로 떼어낸 뒤 저소득층의 소득 수준이 향상됐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주장 역시 비임금 근로자를 제외함으로써 사실을 호도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조만간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비판론에 맞서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소
11월 초·중순의 수출 실적도 전년 동월 대비 마이너스 증가를 기록했다. 다만 지난달까지 5개월째 이어지던 두자릿수 비율의 감소세는 가까스로 면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감소율이 10%에 육박해 상황은 여전히 암울하다고 할 수 있다.21일 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11월 1~20일 기간 동안의 우리나라 수출액은 282억1200만 달러(통관기준, 잠정)를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 동안의 실적과 비교하면 액수로는 29억9000만 달러, 비율로는 9.6% 감소했다. 지난해와 올해 같은 기간 동안의 조업일수는 15.5일로 동일했다.월별 수출 통
현재 진행 중인 홍콩 사태로 인해 우리나라의 대(對) 홍콩 수출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우리로서는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해 그러지 않아도 수출 실적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악재를 추가로 만난 꼴이다.홍콩 사태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다른 나라들의 그것보다 훨씬 크고 심각하다. 우리에게 있어서 홍콩은 수출액 기준으로 4대 수출 대상국에 포함된다. 한국무역협회의 수출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우리나라가 홍콩으로 수출한 금액은 268억4700만 달러였다. 이를 국가별 순위대로 나열하면 중국(1120억7700만 달러)과
정부의 재정증권 발행 누적액이 올해 들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 재정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에 의하면 올해 재정증권 누적 발행액은 관련 집계자료 확인이 가능한 2011년 이후 최고수준인 49조원에 달했다.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자 또 다시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용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했다. 반면 정부는 재정증권 발행이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책이라는 논리로 비판을 일축하고 있다.각자의 논리가 다른데서 알 수 있듯이 재정증권 발행이 주는 효과는 양면적이다. 하지만 종합평가를 하자면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하반기 경제를 전망하면서 정부를 향해 이런저런 훈수를 내놓았다. 그중 눈길을 끄는 것이 확장적 재정정책의 권고였다. KDI는 완화적 통화정책과 함께 확장적 재정정책이 실행돼야 우리 경제가 보다 효율적으로 회복 국면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엔 우리 경제가 지금 또는 수개월 뒤 저점을 지나 상승 국면에 들어갈 것이란 나름의 판단이 깔려 있다. KDI는 경기 관련 지표들을 살펴보았을 때 경기가 곧 바닥을 찍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KDI의 정책적 권고엔 일정한 전제도 붙어 있었다.
경기 바닥론에 불을 붙일 만한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제시됐다. 우리 경기가 현재 저점에 있거나 그 앞에 바짝 다가서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진단 결과를 제시한 곳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었다.KDI는 13일 행한 ‘2019년 하반기 경제전망’ 브리핑을 통해 우리 경제가 지금 저점 근방에 접근해 있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최근 들어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등의 심리지표가 반등하고 있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KDI는 지난 5월에도 경제전망을 브리핑하면서 올해 4분기 또는 내년 상반기에 우리 경
고용 사정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고용동향 통계가 나올 때마다 고용 회복세를 말하지만 숫자놀음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통계 내용은 묵살한 채 거품이 잔뜩 낀 수치만 앞세워 아전인수식 해석에 몰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제대로 된 고용 정책이 나올리 없다는 비관적 목소리가 날로 커져가고 있다.통계청이 13일 내놓은 ‘10월 고용동향’은 우리의 고용 부진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해주었다. 해당 자료는 정부가 재정을 풀어 단기 알바성 일자리를 늘림으로써 억지춘향식으로 전체 취
올해 1~3분기를 망라한 정부의 통합재정수지가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나라 곳간을 관리하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8일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11월호’를 통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누적된 통합재정수지가 26조5000억원의 적자를 나타냈다고 밝혔다.이는 올 들어 9월까지 나라살림을 꾸려오는 동안 수입보다 지출이 26조5000억원 많았음을 의미한다. 총수입과 총지출은 각각 359조5000억원, 386조원이었다. 정부의 통합재정수지는 그야말로 정부 하기 나름이다. 따라서 어떤 해에는 흑자를 내기도, 어떤 때는 적자를 내기도 한
우리나라와 중국, 그리고 아세안 10개국 등을 포함해 16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 4일 태국 방콕에서 타결됐다. 이름하여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다. 일단 동참을 유보했지만 인도도 조만간 이 협정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이 협정은 우리나라가 최초로 참여하는 메가 FTA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우리 교역사에 또 하나의 큰 획이 그어졌다는 평가를 받을 만한 사건이다.RCEP 협정문 타결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이 협정을 완성하기 위한 최초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정부에 감세 정책을 권고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재정 지출 확대에 방점을 찍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과 사실상 배치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끌만했다.정부는 513조5000억원(총지출)에 이르는 초슈퍼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함으로써 앞으로도 국민들의 세금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세수 추계상 수지가 맞지 않는 예산안을 편성한 것은 대규모 적자국채 발행을 전제로 한 것이었다.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 관련해 정부가 상정한 적자국채 발행 규모는 60조원을 웃돈다. 이 모두가 결국은 국민들의
매달 중순 경 통계청의 고용동향 발표 때마다 매체들이 취업자 증가폭 외에 따로 주목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60대 이상 고령층에서의 취업자 증가폭이다. 통계상 이 수치가 갖는 의미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게 그 배경이다. 이 수치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통계상 의미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 의미에 대한 성찰 없이 단지 수치만 강조한다면 최근의 우리 고용 상황이 실제보다 크게 좋아졌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 ‘통계 분식’이란 극단적 비판까지 제기되는 이유다.단순 취업자 증가폭에 대한 언론의 평가절하는 지난해부터 유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달 22일 첫 회의를 가졌던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예결위)는 다음주 초 전체회의를 재개해 정부 부처별 심사를 벌인다. 그러나 시작 단계부터 여야 간 신경전이 치열해 법정기한에 맞춰 예산안에 대한 국회 의결이 이뤄질지 벌써부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이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8일 예결위에 출석해 “경제 상황이 엄중한 만큼 내년도 예산안은 반드시 기한 내에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의 법정기한은 12월 2일이다.홍 부총리의 말이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 근로자가 1년 만에 86만7000명이나 증가했다는 통계 결과가 발표됐다. 수치 자체도 놀랍지만 일자리 정부를 앞세운 현 정부가 그간 줄기차게 “고용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해온 점을 생각하면 더욱 충격적이다.이 같은 사실은 통계청이 매년 이맘 때 발표하는 통계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29일 발표된 ‘2019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가 그것이었다. 조사 결과 지난해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748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임금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6.4%였다. 1년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져들지 모른다는 우려는 정말 현실성이 있는 것일까? 일본처럼 우리도 잃어버린 10년, 또는 잃어버린 20년을 맞이하게 되는 것일까?이는 아직은 논쟁적인 논제들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를 비관적으로 분석하는 의견이 갈수록 많아지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아직은 디플레의 늪에 빠져들지 않았지만 우리 경제가 그 늪을 향해 움직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올해 초부터 심화된 저물가와 저성장 기조가 그 배경이다. 특히 최근 들어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진 저물가는 디플레 우려를 키우는 직접적 요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0.4%(전년 동기 대비로는 2.0%)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자 저성장 고착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한층 커지기 시작했다. 당장의 우려는 올해의 연간 성장률이 자칫 심리적 마지노선인 2% 아래로 떨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일각의 주장대로 성장률 2.0%와 1.9%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는 그 자체만 놓고 보면 그리 큰 것이 아니다. 시쳇말로 도긴개긴이다.하지만 ‘심리적 마지노선’이란 말이 시사하듯 경제주체들에게 주는 메시지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경제는 심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국제투자은행(IB)들과 국내 민간경제연구소들의 경고 내용이 눈앞의 현실로 바짝 다가선 것이다.우리나라가 연간 1%대 성장률을 마지막으로 경험한 때는 10년 전인 2009년이었다. 국제적 금융위기 여파에 휩싸여 있던 당시의 성장률은 0.8%였다. 전후(戰後) 우리 경제사에서 연간 성장률이 2%에 못 미친 때는 네 개 연도에 불과했다. 그 시점은 각각 1956년(0.7%), 1980년(-1.7%), 1998년(-5.5%), 그리고 2009년이었다. 이중에서도 마이너스
전세계 경제에 침체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지면서 ‘일본화(日本化, Japanification)’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일본화에 대한 우려가 처음 제기된 것은 꽤 오래 전의 일이다. 하지만 요즘처럼 이 말이 일상용어가 된 듯 자주 들린 적은 없었다.‘일본화’는 특정 국가의 경제가 ‘잃어버린 20년’ 당시의 일본 경제와 유사한 상황으로 빠져들어가는 것을 의미하는 조어(造語)다. 특징적 현상으로 저물가와 저금리, 저성장이 거론된다.저물가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대변하는 첫 번째 키워드라 할 수 있다. 당시 일본
글로벌 교역 환경이 악화된 가운데서도 한국의 수출 부진이 유독 심해진 원인은 무엇일까? 이 같은 의문을 풀어줄만한 설득력 있는 분석이 제기됐다. 동시에 대응책도 제시돼 눈길을 끌었다.주체는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었다. 연구원은 23일 공개한 ‘세계 소비재 시장 잠재력 분석 및 우리나라 수출 경쟁력 현황’이란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수출 부진이 왜 유별나게 심화됐으며, 그 대응책은 무엇인지를 명료하게 분석해 내보였다.연구원은 우선 그 원인을 우리의 수출품목 구성에서 찾았다. 우리 수출 품목 가운데 중간재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