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작품이든 신문기사든 모든 창작문은 이념과 완전히 무관해지기 어렵다. 글 속엔 어떤 식으로든 글 쓴 이의 이념적 성향이 내포되기 마련이다. 다만, 노골적인 정도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문학작품을 예로 들면 - 신문기사도 그렇긴 하지만 - 이념이 마치 콘크리트 건축물 속의 철근처럼 잠재돼 있는 것을 최고로 친다. 서툰 작가의 이념 과잉은 필시 문학작품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그런 작품의 이념은 마치 건물 밖으로 흉물스럽게 돌출된 철근과 같다.건축물의 철근은 드러나지 않은 가운데 건물의 기본틀을 유지해줄 때 그 소임을 일백 퍼센트 다한
다사다난했던 2020년이 12월 마지막 일몰과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지난해를 장식한 다사다난의 중심엔 코로나19가 자리하고 있었다. 코로나19 창궐은 우리 모두에게 미증유의 시련을 안겨주었다. 오랜 세월 유지돼온 우리의 일상이 흐트러졌고, 경제 또한 엉망이 되고 말았다. 특히 경제적 측면에서 우리는 모처럼 뒷걸음질까지 경험해야 했다.그렇다고 해서 그 원인을 코로나19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진단은 정확하지도 않을뿐더러 미래지향적이지도 않다. 지난해를 되돌아볼 때 우리 경제가 망가진 데는 불가항력 이외의 요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틈만 나면 한국을 ‘부자 나라’로 추어올린다. 저의가 담긴 표현일지라도 영 틀린 말은 아니다. 한국은 전략상 국제사회에서 신흥국을 자처하고 있지만, 경제 규모 10위권 언저리에 있는 부자 나라임에 틀림없다.부자 나라라고 해서 그 나라 국민들이 덩달아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나라는 부자인데 국민은 가난한 경우도 있다. 일본이 대표적 사례다. 일본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미국·중국과 함께 3대 경제대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국과 달리 1인당 GDP도 높은 편이다. 우리의 통계 당국이 집계
십수년 전 말레이시아에서 있었던 일이다. 정부가 건설경기 부양정책을 뒷받침할 요량으로 철근가격 상한제를 전격 실시했다. 철근가격 안정으로 건설 붐을 일으킴으로써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었다. 당시 말레이시아 정부는 제9차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었다.철근가격 상한제 시행의 결과는 참담했다. 철근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시장질서는 형편없이 무너져 내렸다. 가격 상승은 철근 제조업체들이 내수용 공급을 외면한 채 물건 빼돌리기와 수출에만 열을 올리며 나타난 현상이었다. 시장질서 붕괴는 거래 당사자들이 정상적인 과정을 피
북한의 우리국민 참살 및 시신훼손 사건을 둘러싼 논쟁이 짜증을 돋우는 요즘이다. 특히 가증스러운 쪽은 억지논리를 들이대며 사실상 북한 무죄론을 펼치려는 이들이다. 이들은 북한군에 의해 사살당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월북했다는 것을 확정된 사실인 양 강조한다. 피해자에게 월북 프레임을 씌워 북한 측의 만행에 면죄부를 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억지 논리를 개발 또는 확산시키는 데는 정치인뿐 아니라 학자들도 가세하고 있다. 주된 논거는 우리 국민을 참살한 북한군이 그들의 규정에 의해 움직였다는 것이다. 나아가 북한에서 코로나19 방역 강화조
박근혜 대통령 재임 시절 한 저명 대학교수가 대통령에게 말했다. ‘국민’ 대신 ‘시민’이란 말을 쓰면 어떻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모 신문 인터뷰 기사에서 이 대목을 읽으며 고개가 끄덕여졌다. 대통령의 외골수식 사고가 얼마나 답답했으면 저런 말을 했을까 싶었다.사실 문민화 이후 탄생한 대통령 중 박 대통령만큼 국민이란 단어를 자주 입에 올렸던 이도 없다. 과문 탓일지 모르나 박 대통령에게서 시민이란 말을 들어본 기억은 거의 없다. 물론 행정구역을 기반으로 한 호칭은 예외다. 하긴 다른 대통령이라고 해서 크게 다른 것도 아니었다. 위의
소련이 붕괴된 지 오래지 않은 시점에 취재차 러시아에 간 적이 있다. 1994년 5월 하순 무렵의 일이었다. 당시 느꼈던 충격들은 지금도 머릿속에 생생히 남아있다.첫 번째 충격을 안겨준 것은 막 도착한 모스크바공항의 화장실 모습이었다. 내부가 낡아 퀴퀴한 냄새가 나는데다 일부 좌변기의 경우 중간 덮개가 떨어져 나간 것도 있었다. 젊은 현지 주부의 묵은 때에 찌든 유모차도 눈길을 사로잡았다.골목시장에 가보니 상점 진열대엔 빈 공간이 더 많았다. 과자 코너에 한글 상표가 선명한 ‘새우깡’ 한 봉지가 덩그러니 놓인 것도 인상적이었다. 한
문재인 정부의 평등주의 정책 논리가 큰 암초를 만났다. 이미 교육은 포기했고, 부동산 정책은 중간이라도 가면 좋겠다(조기숙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는 평가가 진보 진영 내부에서 나오고 있을 정도다. 포기했다는 교육과 중간도 못 간다는 뉘앙스의 부동산 정책은 하나같이 결과적 평등 추구의 산물들이다.‘기회의 평등’ 주장과 달리 사실상 결과의 평등을 중시하는 현 정부의 정책 패러다임은 마침내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는 기회의 평등과 과정의 공정성을 무시한 채 결과적 평등만을 추구하다가 벌어졌다. 흥분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새삼 뜨거운 논란거리로 등장했다. 드러나기로 치면 논란의 핵심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사회활동을 벌여온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회계부정 여부다. 이 일로 시민단체 전반에 대한 도덕성 시비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논란의 한 가운데에는 정의연을 이끌어온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리하고 있다. 세간의 관심은 그가 과연 회계부정을 통해, 그리고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을 서커스단의 곰처럼 이용해 사익을 취했는지에 모아져 있다.사실 이 일은 내재된 심각성에 비해 그리 복잡한 문제는 아니다. 진영 논리에 구
초콜릿은 ‘달콤한 독’으로 불리곤 한다. 정제된 설탕의 단맛이 거칠게 느껴질 정도로 부드럽고도 진한 초콜릿의 맛을 음미하는 순간 우리는 안락함과 행복감을 느낀다. 따라서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인 중엔 초콜릿의 매력에 빠져드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 매력에 마냥 빠져드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우리 몸에 비만이라는 치명적 해악을 가져다줄 수 있어서이다.국가 재정이 꼭 그와 같다. 쓸 때는 좋지만, 통제 없이 마구 사용한다면 반드시 사달이 생긴다. 우리 국가 재정엔 이미 비상등이 켜졌다. 우한 폐렴(코로나19)이라는 감염병 사태
모든 집단은 배타성과 통합성을 동시에 지닌다. 밖으로는 배타적이면서 안으로는 통합을 지향한다. 이를 대표하는 감정이 애국심이다. 그러나 범위를 좁혀들어가면 한 나라 안에서도 무수한 집단들이 공존한다. 그들 각 집단은 선택적 이익을 기반으로 자연스레 구성되는 게 보통이다. 그리고 그들 집단은 저마다 배타성과 통합성이란 모순된 두 개의 가치를 동시에 추구한다. 그 결과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사회 갈등이다. 그 같은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국가 지도자에게 주어진 기본 책무다.국가 지도자들 스스로도 예외 없이 갈등 조정과 통합을 강조한다
고등학생 시절 ‘데카메론’을 읽고 의외의 내용에 놀랐던 기억이 있다. 페스트 감염을 피하려 밀폐된 공간에 모인 사람들이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돌아가며 한 이야기를 엮은 것이라곤 하지만 그 내용 일부가 너무 야하다 싶었다. 성적(性的) 호기심이 넘쳐나던 그 시절, 또래들과 골방에 모여앉아 킬킬대며 주고받았던 음담패설도 작품 속의 그것보다는 점잖았던 것 같다. 해서, 문학사적 또는 문화사적 가치는 몰라도 그 내용 만큼은 그리 권장할 게 못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들어서는 가끔 이 작품이 생각나곤 한다. 불쑥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