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장들의 임기 문제는 우리 사회의 골칫거리가 된지 오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관련된 논란이 반복돼 일어나지만 뚜렷한 해결책 없이 지금까지 방치돼 왔다. 무언가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논란의 배경엔 정권과 기관장 임기의 미스매치라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장은 법에 의해 3년 임기를 보장받는 자리다. 반면 정권의 임기는 5년으로 정해져 있다 보니 어느 정권이든 초기엔 으레 이질적 기관장들과의 불편한 동거를 견뎌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갈등이 이는 것은 필연적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경영자단체 회장단에게 경쟁적 임금 인상 자제를 당부하자 비판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민간기업 임금은 노·사가 알아서 결정할 일이지 정부가 간섭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유시장경제원리를 존중한다는 보수 정권의 경제사령탑이 할 처신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원론적으로는 틀린 지적이 아니다. 정부의 지나친 간섭은 관치경제 시비를 낳을 수 있고, 그 결과는 부정적 결과로 이어지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정부의 간섭이 절대 금기는 아니라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모든 규제가 악이 아니듯 정부의 간섭도 무
윤석열 대통령이 고용노동 정책 당국의 발표 내용을 부정하는 듯한 반응을 보여 국민들은 혼란스럽게 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에 대한 정부의 방침을 발표했는데, 대통령이 하루 뒤인 24일 그 내용을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잘라 말한 것이다. 이로 인해 정책 당국의 책임자가 발표한 내용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부인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고용부 장관이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을 패싱한 채 정부 정책을 확정한 뒤 발표한 것으로 비쳐질 수 있는 사건이었다.대통령의 ‘불쑥 발언’에 고용부로서는 당혹
윤석열 정부가 취임 한 달여 만에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요지는 경제 운용의 주체를 정부에서 민간으로 전환하면서 자유시장경제가 정상작동하도록 시스템을 개편해 저성장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공공·연금·노동시장·교육·서비스산업 등 5대 부문에 대한 구조개혁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기초연금의 단계적 인상, 육아휴직 연장, 정년 연장 등을 통해 복지 및 사회안전망 강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현재 월 30만원인 기초연금은 단계적으로 40만원으로 올리고, 육아휴직 기간은 기존 1년에서 1년 6개월로 늘
요즘 경제 상황과 관련해 자주 들리는 말 중 하나가 ‘퍼펙트 스톰’이다. 국내경제는 물론 세계경제 전반을 뒤흔들 위험요소들이 폭풍우 같은 기세로 한꺼번에 밀려들 가능성을 경고하기 위해 쓰이는 용어다.정부도 공식자료를 통해 이 말을 쓴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연간물 ‘자본시장 위험분석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배포한 보도참고자료에 이 단어를 담았다. 정은보 전 금감원장은 이달 초 이임하면서 “퍼펙트 스톰이 현실화하는 게 아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금감원이 말하는 퍼펙트 스톰은 자본시장을 뒤흔들 초대형 복합위기를 지칭한다.
대법원이 임금피크라는 이름 아래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근로자의 임금을 깎는 기계적 행위에 제동을 걸었다. 임금피크제의 효력에 대해 대법원이 모종의 결정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26일 나온 대법원 판결을 두고 경영계에서는 볼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에 포함돼 울며 겨자 먹기로 소득 감소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근로자들이 사방에서 들고일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어서이다. 임금피크제의 엄격한 기준 적용이 청년층 신규고용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주장도 경영계로부터 나오고 있다.반면 노동단체들은
물가 상승세가 무서울 만큼 가파르다. 가파름의 정도가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4월 생산자물가지수가 1년 전보다 9.2% 상승했다는 한국은행 집계결과가 20일 공개됐다.전년 동월 대비 생산자물가지수는 작년 초만 해도 1% 미만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점차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10월 8%선을 돌파한 이후 9%선 언저리에서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 들어서는 1~2월에 8%대 중후반을 맴돌다 3월 들어 9.0%로 올라섰고, 급기야 9%선마저 뚫고 두자릿수를 넘보는 지경에 이르렀다.생산자물가지수는
기획재정부가 갑자기 달라졌다. 정권 교체 이후 처음 발표된 통계청의 월간 고용동향에 대해 전에 없이 냉정한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홍남기 직전 경제부총리 휘하의 기재부에서는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기재부 장관을 겸직해온 홍 부총리는 문제투성이의 고용통계에 비판적 입장을 밝히기는커녕 매번 분식된 통계자료를 인용하며 고용상황이 좋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화자찬성 주장은 매달 중순경 월별 통계자료가 발표될 때마다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됐다.문재인 전 대통령이 가세하는 일도 있었다.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127만개의 일자리가 늘었다는
막 스타트 라인에 서려는 윤석열 정부가 벌써부터 공약 후퇴 논란에 휩싸였다. 새 정부 출범 즈음에 으레 있는 일이다. 논란의 중심에는 병사 200만원 월급 지급과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등이 자리하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이들 공약의 즉시 이행이 어렵다는 취지를 밝히자 공약 후퇴 또는 파기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직접적 계기가 된 것은 지난 3일 인수위가 발표한 새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였다. 여기엔 새 정부가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을 2025년까지 목돈 지급과 그 외 방법을 결합해 이행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가 뚜렷해지면서 세계적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한층 짙어지고 있다. 28일(이하 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4%를 기록한 점은 지금의 세계경제 현실을 대변해주는 한 단면이다. 미국 상무부의 분기 성장률 집계는 전기 대비 연율 방식을 취한다. 따라서 올해 1분기 성장률 -1.4%는 전기 대비 성장세가 그대로 이어질 경우 미국의 올해의 연 성장률이 그 수준에 머물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변화 가능성이 있는 속보치이긴 하지만 미국의 올해 1분기 성장률은 시장
한국은행 총재가 바뀜에 따라 통화정책 기류에도 일정한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임 이창용 총재는 임명을 앞두고 열렸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인기가 없더라도’라는 수사까지 동원해가며 기준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겠다는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이를 두고 매파적 행보를 예고했다는 분석이 제기됐지만 당사자는 자신의 경우 어느 쪽도 아니라고 설명한 바 있다.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그는 기자들에게 상황에 따라 매가 되기도 비둘기가 되기도 할 것이라는 취지를 밝혔었다.하지만 그는 청문회에
우리 경제 전반에 ‘S의 공포’ 분위기가 조금씩 조성되고 있는 것 같다.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키울만한 일련의 신호가 정책 당국에 의해 나타난 것이 그런 판단의 배경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물가만 오르는 현상을 지칭한다. 이런 상황에선 정책 당국도 속수무책의 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 경기 회복과 물가 안정이란 모순된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입장에 놓일 수 있어서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나면 통화당국은 금리를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다. 이런 까닭에 스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