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물리학계를 깜짝 놀라게 한 사건을 기억하는가? 바로 ‘얀 헨드릭 쇤 스캔들’사건이다. 이 사건의 발단은, 미국 벨연구소의 물리학자 얀 헨드릭 쇤 연구원이 당시 각광 받던 나노 기술의 미래를 가늠할 최첨단 연구 성과로 평가 될 수 있는 ‘분자 규모의 트랜지스터’를 만들었다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30살에 불과하던 쇤 연구원의 노벨상 가능성이 새어나올 만큼 논문은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는 쇤의 연구를 재현하고자 했으나 번번이 실패로 끝나자, 서서히 물리학계에서는 ‘쇤의 데이터가 수상하다’는 소문이 돌게 된다. 그 후 버클리 대학의 리디아 손 교수가 쇤의 데이터에서 몇 가지 오류를 발견해 내게 되고, “쇤의 연구에는 최소한 16개의 부정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결국 쇤의 논문을 게재했던 네이처나 사이언스는 각각 7개, 8개의 논문을 취소하는 ‘창피’를 당했다.

 



이처럼 ‘얀 헨드릭 쇤 스캔들’들과 같이 잘못된 논문으로 인해 여러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쇤의 스캔들 같은 경우는 오히려 양호할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인명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는 않았으니까 말이다.

최근 의학계에서도 잘못된 논문의 수가 급증하고 있는데, 더욱 큰 문제는 이로 인한 피해 보상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003년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Lancet)’에 실린 한 논문이 전 세계 의사들을 주목시켰다. 논문에는 당시 널리 사용되던 고혈압 약 두 가지를 동시에 처방하면 하나만 복용할 때보다 효과가 훨씬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뉴욕의 의사인 프란즈 메설리는 “해당 논문은 당시 의사들 사이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 논문을 계기로 나 자신도 기존의 처방 방법을 바꿨음은 물론이다”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논문이 발표되고 6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랜싯은 “조사 결과에 심각한 우려가 있다”며 뒤늦게 해당 논문을 취소했다. 논문의 내용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는 것이다. 당초에 논문에서는 두 가지 약을 함께 복용하면 환자들을 신장 질환에서 보호할 수 있다고 썼는데, 이후 연구에서, 그런 효과는 고사하고 오히려 치명적인 부작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의사들은 2003년 논문 발표 이후 이미 10만 명이 넘는 환자에게 두 가지 약을 동시에 처방해 왔으며, 심지어는 지금까지도 많은 의사들이 문제의 논문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여 잘못된 처방을 계속하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신장질환 전문의인 쉘든 토브 교수는 지난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논문은 취소할 수 있지만, 해당 논문의 영향을 취소하기란 아주 어렵다”는 말로 잘못된 논문의 폐해를 지적했다. 토브 교수의 말에 의하면, 잘못된 논문에 의해 입은 환자의 피해는 아무도 보상해 줄 수 없음을 의미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스위스의 의사인 쿤즈는 “랜싯과 동료평가자들은 동시 처방이 지나치게 긍정적인 결과를 낸데 대해 의문을 갖고 오류를 찾아냈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표하며 “모든 저널들은 굉장한 결과를 싣고 싶어하며, 앞으로도 위험한 논문을 기꺼이 싣는 저널들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최근 논문 취소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데, 과학인용색인(SCI)을 주관하는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전문지에 실린 논문의 수는 44% 증가한 반면, 논문 취소 건수는 무려 15배나 늘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동료평가 저널에 실린 논문을 ‘진리’로 받아들이고, 획기적인 논문이 새로 발표되면 많은 과학자들이 관련 연구에 뛰어들게 되는데, 만약 그 논문에 오류가 발견된다면, 다른 모든 연구들까지도 모두 재고되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린다. 연구는 공짜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부나 민간 부문에서 투입된 수백만달러 규모의 연구비가 사용되게 되는데, 그러한 연구비로 쓰여진 논문이 헛것이 된다면 이는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이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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