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프로야구도 이제 개막 3개월이 다 돼 간다. 21일 현재 각 팀은 65~69경기를 치르고 있다. 시즌 144경기 중 이제 곧 반환점이다.

차츰 시즌 팀 전력도 상당 부분 드러난 상태지만 외국인선수에 대한 각팀의 평가는 엇갈린다. 웃는 팀도 있지만 우는 팀도 있다. 외국인선수 활약 여부에 따라 팀 성적이 크게 좌우되는 현실에서 그들의 활약 여부에 감독의 기분도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다. 이미 짐을 싸고 본국에 돌아간 선수들도 있다.

한국프로야구(KBO)에서 최근 가장 핫한 외국인선수는 누구일까? 아마도 삼성의 외국인타자 다린 러프(31)이 아닐까 싶다. 

러프는 2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서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5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삼성은 LG에 10-3 역전승을 거두고 kt 위즈와 자리를 맞바꾸는 데 성공했다.

삼성은 지난 4월 9일 최하위로 내려간 이후 73일만의 탈꼴찌였다. 

이날 삼성 타자들은 상대 전적 2전 전패로 밀렸던 LG 선발 차우찬에 5회 2사까지 퍼펙트로 밀렸다. 승리는 커녕 완봉패를 걱정해야 할 판이었다. 러프도 두 번째 타석까지는 2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하지만 러프는 6회 세 번째 타석에서 큰일을 해냈다. 2-2로 양팀이 팽팽이 맞선 6회  1사 1, 3루에서 타석에 선 러프는 볼카운트 1-2에서 차우찬의 바깥쪽 시속 118㎞ 커브를  퍼 올려 좌월 3점 홈런으로 연결했다. 이 한 방은 결국 결승타가 됐다.
 
경기 후 러프는 "투 스트라이크 이후에 빠른 공을 노리고 있었는데, 예상을 빗나간 느린 커브 들어왔다. 최근 컨디션이 좋은 덕인지 대처가 잘 됐다"고 홈런 순간을 되돌아봤다.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게 홈런이라지만 이날 러프의 한방에 삼성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싶었을 듯하다.

이 한 방 덕분에 삼성이 올시즌 마침내 꼴찌 타이틀을 떼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년 간 최하위에 머물렀던 막내구단 kt 위즈가 부진에 허덕이는 틈을 타 삼성이 무너진 왕조의 자존심 회복에 불을 당기기 시작한 것이다.

러프도 "가장 중요한 건 오늘 팀이 이겼다는 사실"이라며 "10위에서 탈출하고 한 단계 올라온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승리해 더 높은 순위로 올라갔으면 한다"고 바람을 표현했다.

러프는 이날 잠실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홈런볼뿐 아니라 사인볼과 맥주도 제공했다.
2회초 자신이 친 파울 타구가 내야 중앙 테이블 쪽에 떨어지면서 관중의 맥주를 강타하면서 엎어지고 말았다.

타석에서 이 장면을 지켜본 러프는 미안한 마음에 통역을 통해 자신의 친필 사인볼과 맥주를 선물로 줬다. 

러프는 "야구를 즐기러 온 팬들이 나 때문에 피해를 봤기 때문이다"라며 웃어보였다.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러프의 선물을 받은 팬도 고마워했다는 후문이다.

'실력도 매너도 만점!' 러프는 이제 삼성의 보배로 우뚝 섰다. 

하지만 올시즌 초반을 생각하면 이같은 극찬은 아주 생뚱맞게 들릴 것 같다. 개막 후부터 부진을 면치 못해 혹시 '먹튀' 아니냐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러프는 시즌 초반 지독한 부진에 시달리다 4월 22일에는 2군으로 내려갔다. 당시 성적은 타율 0.150에 불과했다. 60타수 9안타 2홈런 5타점에 그쳤다.

개막 당시 러프는 KBO리그에서 올시즌 활약이 기대되는 대표적인 외국인타자였다. 삼성은 그를 데려오기 위해 계약금과 연봉 총 110만 달러를 투자했다. 그런 만큼 경력도 화려했다. 메이저리그에서 35홈런, 마이너리그에서 95홈런을 친 거포였다. 

이처럼 기대를 모았던 러프가 맥을 추지 못하면서 삼성 타선은 꼬이기 시작했다. 올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발표한 이승엽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올시즌 개막부터 예년같지 않던 이승엽은 이같은 부담감까지 겹쳐 더욱 더 힘든 경기를 벌여야 했다. 

하지만 5월 2일 2군에서 돌아온 러프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복귀전인 두산 베어스 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날린 것은 그 신호탄이었다.
 
5월 한달 동안 타율 0.330(94타수 31안타)에다 7홈런 23타점을 거두더니, 6월 들어서는 더욱 강력해진 방망이를 과시하고 있다. 21일 LG 트윈스와 경기까지 61타수 23안타로 타율 0.377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으며, 3홈런 22타점을 마크했다.

어느새 시즌 타율은 0.293(59경기 215타수 63안타)으로 올라서며 3할 타율을 바라보게 됐고, 홈런 12개에 50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러프가 타선의 중심에서 딱 버티며 제몫을 하다보니 삼성의 공격력도 전반적으로 살아나고 있다. 시너지 효과다. 

러프를 보는 시각은 '더 큰 기대감'이다. 앞으로 어느정도까지 활약할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10경기 타율을 보면 그 기대감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37타수 15안타로 4할 타율(0.405)이다. 더 말할 나위 없이 불방망이다. 

이제부터 관건은 여름 무더위와의 싸움이다. 낯선 땅에서 처음 맞이하는 한여름에 그의 방망이가 어느정도나 고공행진을 할지 주목된다. 

외국인선수를 수입한 뒤 성급히 판단할 때가 많다. 러프의 경우는 그같은 성급한 판단에 신중을 기할 것을 주문한다. 낯선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한 선수들이 성급하게 되돌아가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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