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은 노래한다. 예쁘니까 괜찮다고, 예쁘니까 할 수 있을 거라고.

케이블채널 Mnet '아이돌 학교' 이야기다. 교가 제목이 무려 '예쁘니까'다. 예쁜 여성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잘못된 편견을 심어주는 노래가 교가란다. '아이돌 학교'는 시작부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었다.

'예쁘니까'의 뮤직비디오는 한 술 더 뜬다. 아슬아슬한 짧은 치마에 밀착되는 상의가 매치된 일본 교복을 연상케하는 똑같은 의상을 입은 10대 여학생들이 우르르 한데 모여 춤을 춘다. 연신 '예쁘니까'를 외치며 미소 짓는 모습이 안타까울 정도다.

'아이돌 학교'는 이러한 이유로 시작 전부터 외모지상주의 논란에 시달렸다. 입학생을 모집할 때부터 '예쁜 신입생을 찾는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것이다. 또 하얀옷을 입고 춤을 추는 여학생들을 향해 물을 뿌리는 모습이 담긴 홍보영상을 통해 여성을 성 상품화했다는 논란 속에 문을 연 것이다.

외모지상주의 논란은 이 뿐 아니다. '아이돌 학교' 1회에서는 학생들이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예쁜 동료들을 서로 힐끔거리며 외모에 대해 언급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방송해 비난을 샀다. 방송 식후 외모에 대한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는 위험한 모습이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Mnet은 앞서 여자 아이돌그룹 아이오아이를 만든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시즌1과 남자 아이돌그룹 워너원을 만든 시즌2 모두를 성공시켰다. 해당 프로그램이 연이어 화제를 모으며 10대들 사이에서는 너도나도 아이돌가수에 대한 꿈을 키우고 관심을 갖는 분위기 마저 형성됐다.

그런 Mnet이 '아이돌 학교'를 제작한다고 밝히자 일부 시청자들은 '프로듀스101'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해 했다. 자기복제가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피할 수 없었다. '프로듀스101' 신유선 PD는 "일반인들을 교육시켜 데뷔시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차별점을 설명했다. 기획사 연습생이 참여해 경쟁을 펼쳤던 프로그램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송 2회 만에 평가를 통해 최종순의 8명을 퇴학시킨다고 발표해 논란에 불을 붙였다. 회가 거듭될 수록 논란은 심화됐다. 인지도가 낮은 학생에게 불리한 서바이벌 플롯을 그대로 차용해 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익숙하게 그려진 경쟁 구도를 재현해 아쉬움을 더했다.

'아이돌 학교'의 논란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특정 학생의 언행이 도마에 오르는 가 하면 어김없이 악마의 편집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연예인 2세의 방송출연이 특혜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과도한 PPL과 시간끌기는 재미를 반감시켰다.

'아이돌 학교'는 그야말로 자기복제의 졸작이라 해도 무방할 터다. 자극적인 설정이나 장치 없이 화제를 모을 수는 없는 걸까. 시청자들이 보고 싶은 건 논란 없는 경쟁한 경쟁이다.

어린 10대 여성들의 성을 상품화 시키는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은 무얼 느껴야 할까. 프로그램을 통해 진짜 말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그걸 건강하게 전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아이돌 학교'가 고민해야 할 때다.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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