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수년 전 반려견이 갑자기 병에 걸리는 바람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3살짜리 요크셔테리어가 이상한 걸음걸이를 보여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니 수의사가 뇌수막염에 걸렸다고 말했다.

치료 과정에서 알았지만 작은 견종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뇌수막염은 난치병인데다 치료 후에도 대체로 예후가 좋지 않은 병이었다. 하지만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해온 반려견인지라 끝까지 치료를 포기하지 않았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문제는 치료비였다. 24시간 운영하는 동물병원 응급실로 한밤중에 달려가기 일쑤였고, 수시로 2박3일 정도의 입원도 감수해야 했다. 응급실에 한번 가면 십수만원, 입원 한번 하고 나면 매번 200만~300만원의 치료비 청구서가 날아들었다.

그렇게 1년 가까이 치료하며 들어간 돈이 얼추 2000만원가량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병이 치료된 것도 아니어서 반려견은 고통 속에 죽음보다 못한 삶을 영위해야 했다.

뼈만 남은 상태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반려견을 보다 못한 A씨는 그동안 묵살해온 수의사의 권유를 받아들여 결국 안락사를 선택했다.

A씨는 반려견 치료에 매진하면서 치료비를 많이 지출하는 바람에 낡은 자동차를 교체하려던 계획도 포기해야 했다.

A씨의 예에서 보듯 반려견은 큰 병에 걸리면 사람보다 더 많은 치료비를 요한다. 사람과 달리 의료보험 가입이 돼 있지 않아서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동물보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적정한 반려동물 보험료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이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주기 위해 보험개발원이 예시답안을 만들었다.

2일 개발원이 내놓은 보험의 표준모델은 반려견의 경우 연간 보험료가 25만2723원(반려묘는 18만3964원)이다. 이는 반려동물의 연령별 치료비와 사망위로금 등을 보장해주는 종합보험형태를 가정해 산정한 액수다.

보상 비율은 50% 및 70%이며 이를 토대로 산출한 반려동물(4세 기준)의 보장한도는 수술 1회당 150만원(연 2회 한도), 입원 및 통원치료비 하루 15만원(연간 20일 한도) 등이다.

그러나 보험사들이 이를 토대로 상품을 개발해 판매할 경우 개발원의 표준모델보다 보험료가 조금 더 비싸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료는 대략 월 2만원대 후반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개발원은 국내 반려동물보험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이번에 표준모델을 내놓게 됐다고 밝혔다. 개발원은 현재 우리나라 반려동물보험 시장은 연간 보험료가 10억원에 불과한 정도여서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개발원에 따르면 2010년 476만 마리였던 반려동물 수는 지난해 874만 마리로 급증했다. 더구나 영양상태 개선과 양육 방식의 변화로 인해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이 길어져 보험시장이 성장해갈 우호적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개발원은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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