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부 관계자들 입에서 새롭게 거론되는 단어중 하나는 SOC다. 전에 없던 일이다.

SOC는 사회간접자본이란 뜻을 지닌 영문 이니셜이다. 그리고 SOC라고 하면 떠오르는 연관 어휘가 바로 토목이다.

알다시피 토목은 그동안 보수 정권의 전유물처럼 여겨져왔다. 과거 보수 정권 하에서 토목은 사회의 기초자산을 확보하면서 경기부양 효과까지 얻을 수 있는 일거양득의 사업으로 여겨져왔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토목사업을 가장 적극적으로 펼친 이는 현대건설 사장 출신의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그가 일으킨 4대강 사업이나 청계천 사업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중 4대강 사업이 논란을 일으키면서 진보 진영 사람들은 토목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보이곤 했다. 보수 정당 소속의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역시 진보 진영으로부터 비슷한 공격을 받곤 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최근 정부 내에서 SOC가 새롭게 거론되는 것은 이채로워 보인다. 요즘 정부가 말하는 SOC는 그냥 SOC가 아니라 ‘생활SOC’다. 이 단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여름 휴가를 마치고 지난 6일 청와대로 돌아온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이 단어를 입에 올렸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도서관, 체육시설, 문화시설 등을 거론하며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지역밀착형 생활SOC 투자를 과감하게 늘리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의 구상은 8일 정부에 의해 보다 구체화됐다. 정부는 이날 17개 시·도의 시장·도지사들과 가진 ‘지역과 함께하는 혁신성장회의’에서 생활SOC 개념을 소개하며 관련 예산 확대 방침을 제시했다.

이날 정부가 제시한 방안은 체육센터, 친환경차 충전소, 박물관 등 생활밀착 시설도 SOC 개념에 포함시켜 그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것이었다. 내년도 예산에 1조원 이상을 추가로 반영하겠다는 방침도 소개했다.

정부 관계자는 생활SOC 개념에 대해 보다 상세한 설명을 곁들였다. 이를테면 요즘 같은 폭염기에 주민들이 커피숍 대신 가까운 곳의 체육관이나 도서관 등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생활SOC 확보의 취지라는 것이었다. 그같은 시설이 동네마다 들어서면 국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이 더 높아질 것이란 설명도 곁들였다.

정부의 노림수는 또 있었다. 생활SOC를 확충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게 그것이었다. 말하자면 일거양득이라는 설명이었다.

정부는 생활SOC가 기존의 SOC와는 다른 개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대규모 토목 사업을 통한 인위적 경기부양을 지양하려는 기조는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을 말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정부가 말한 생활SOC는 기존 SOC와 독립된 별개의 예산에 의해 건설된다. 예를 들면 증액되는 복지예산 등이 생활SOC 예산으로 기능하게 된다.

따라서 생활SOC 예산은 얼마 전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내년 예산에 좀 더 반영하겠다고 밝힌 SOC 예산과도 다른 것이다. 김 부총리는 기자들에게 내년 SOC 예산을 추가 감축하려던 계획을 재검토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부는 생활SOC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친절한 설명을 내놓았다. 기존의 SOC와는 다르지만 소규모 시설의 건설이 포함된다는 점을 감안해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생활SOC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장황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그간의 SOC 홀대 정책이 고용 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데 대한 반작용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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