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와 용산을 중심으로 추진하려 했던 박원순표 서울 개발계획의 발표 및 시행이 전면 보류됐다. ‘주택시장이 안정될 때까지’라는 전제가 붙긴 했지만 사실상 박 시장 임기중 재추진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의 전격적인 보류 발표는 최근 서울 집값 상승이 예사롭지 않게 이어져온데 따른 것이다. 최근 서울 집값은 장기 상승세를 이어가며 상승폭마저 커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 =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 = 연합뉴스]

서울의 주간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해 8·2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기 직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부동사114가 발표한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34%였다.

서울 집값의 전방위적 상승은 최근 들어 수도권 신도시로 전이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시장 흐름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면서 박원순 시장의 개발계획을 원인으로 꼽는 의견들이 난무했고, 이에 박 시장이 개발계획 보류라는 결단을 내린 것으로 이해된다.

사실 서울 집값 상승세는 박 시장이 여의도·용산 개발계획을 밝힌 한달 반 전부터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달 10일 박 시장은 리콴유 세계도시상 수상을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했다가 그 자리에서 여의도 및 용산 개발계획 구상을 공개했다. 골자는 여의도를 재개발해 신도시급으로 만든다는 것과 서울역~용산역 구간의 철로를 모두 덮은 뒤 그 위에 컨벤션센터와 쇼핑센터, 공원 등을 대대적으로 조성하겠다는 것이었다.

중앙정부의 강력한 규제에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부동산 시장은 즉각 반응하기 시작했다. 여의도와 용산에서는 아파트값이 1억 이상 오르는 사례가 나타났고, 급기야 집값 상승세는 서울 전역으로 번졌다. 최근 반포에서는 전용면적 84㎡짜리 한강변 아파트가 30억에 거래되는 일도 벌어졌다.

박 시장의 개발계획은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국회 출석 발언으로 장애를 만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이미 불붙기 시작한 부동산 시장의 열기는 중앙정부와 협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김 장관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식을 줄을 몰랐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박 시장은 “한방에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도시개발계획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그같은 해명은 시장에 먹혀들지 않았다.

최근 서울의 집값 상승 분위기는 나왔던 매물마저 회수하는 현상으로 이어졌고, 그로써 호가가 다시 올라가는 악순환이 초래됐다. 특정 지역에서 단 한 채라도 고가에 팔리면 그 가격, 또는 그 이상의 가격이 시세로 굳어지는 양상이 반복된 것이다.

당연히 정부 여당은 물론 집없는 서민들은 박원순 시장을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 시작했고, 이는 결국 박 시장의 계획 추진 유보로 귀결됐다.

박 시장은 지난 26일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발계획 보류 의사를 공개하며서 “주택시장 안정이 최우선이어야 한다는 정부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서 밝혔던 여의도·용산 개발계획의 공식발표와 추진을 모두 보류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날 회견에서 그간 날아든 비난의 화살을 의식한 듯 여의도 및 용산 개발계획에 대한 오해가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전에도 발표된 것으로 새로울 것이 없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개발계획이 재개발 관점에서 해석됐다는 것이었다.

언론 보도에 대한 일말의 불만도 그의 발언에서 묻어났다. 관련 기사 확산이 부동산 과열 조짐을 만든 원인 중 하나였다는 취지의 발언이 그것이었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부동산 과열엔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종합적인 처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시 개발계획이 원인의 전부인 것처럼 호도해선 안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말이었다.

박 시장은 거듭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의도 및 용산 재개발 재추진 시점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박 시장은 “일단 부동산 시장이 안정돼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즉답을 피했다.

다만 그는 “국토부 등과 협력해 추진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적어도 서울시 독자적으로 불쑥 계획을 말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확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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