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 변화 기미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너죽고 나죽자식 규제에 치중하던 부동산 정책에서 모처럼 눈에 띄는 공급 대책이 나타난 것이다.

지난 27일 국토교통부가 정부세종청사에서 발표한 부동산대책(이하 8·27부동산대책)은 그간 전문가들이 꾸준히 요구해온대로 규제 일변도 정책에서 어느 정도 탈피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이날 발표된 8·27부동산대책은 규제와 공급을 동시에 추진하려는 정부의 의지를 담고 있었다.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 사항이 모두 반영된 것은 아니지만, 규제 일변도 정책이 갖는 한계를 공급 측면 강화로 극복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따라서 이번 대책은 규제 측면과 공급 측면 두 가지로 나눠 설명할 수 있다.

우선 규제 측면에서 8·27부동산대책은 한층 강도를 높인 모습을 보였다. 최근 수개월 동안 부동산 상승을 주도한 서울 지역에 대해 규제 강도를 더욱 단단히 한 점이 눈에 띄었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의 4개 지역에 대한 투기지역 추가 지정이다. 규제 강화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종로구와 동대문구, 동작구, 중구 4곳을 투기지역으로 지정했다. 이로써 서울의 25개 구 가운데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은 모두 15곳으로 늘어났다.

서울의 투기지역 15곳은 강남, 서초, 송파, 강동, 용산, 성동, 노원, 마포, 양천, 영등포, 강서와 앞의 4곳 등이다.

8·27대책 발표 이후 전국 단위로 보면 투기지역은 세종시를 포함해 총 16곳으로 늘었다.

서울 전지역은 이미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있었다. 다만 투기지역 지정은 11곳에 국한돼 있었다.

이번에 투기지역으로 추가지정된 서울 4개 구에서는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에 대한 규제가 한층 더 강화된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우선 주택담보대출 건수가 가구당 1건으로 제한되고 대출이 2건 이상 있으면 만기 연장이 불가능해진다.

청약과 대출, 재건축 추진 과정 등에서 소정의 규제를 받는 투기과열지구도 2곳 더 지정됐다. 경기도 광명시와 하남시가 그 대상이다. 이밖에 경기도 구리시와 안양시 동안구, 광교신도시는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향후 청약시 일정한 규제를 받게 됐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지정에 따른 효력은 28일부터 발휘된다.

정부는 지구 및 지역 추가 지정과 함께 향후 금융 및 세제 개편을 통한 부동산 수요 억제 방안도 새로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또 투기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서울의 나머지 10개 구와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용인시 기흥구, 대구시 수성구와 중구·남구 등 집값 급등 기미가 있는 지역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최대한 엄포를 놓아 부동산 투기 심리를 억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대책은 공급 측면에서도 눈여겨볼 대목들이 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서울 및 수도권에 공공택지 14곳을 추가로 개발해 24만2000여 가구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이같은 물량은 경기도 성남의 분당 신도시에 조성된 주택 9만8000여 가구의 2.5배에 해당한다.

14곳의 택지개발 시한은 2022년이다.

이상에서 보듯 이번 공급 대책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그런 만큼 집값 상승의 진원지인 서울의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결국 서울을 대상으로 하는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 등이 병행돼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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