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눈길을 끌만한 제안을 또 한번 했다. 지난번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인상 건의에 이어 이번엔 공급을 대거 늘리자는 게 제안의 요지였다.

현재 청와대와 정부 당국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핵심 사안중 하나인 부동산 이슈에 대해 연이어 과감한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존재감을 키우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 대표의 부동산 관련 발언은 매번 폭발력이 큰 내용을 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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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첫 번째는 지난달 30일 신임 당 대표 취임 후 처음 열린 당·정·청 회의에서 나온 종부세 인상 건의였다.

다주택자와 초고가 주택 보유자를 상대로 종부세 인상을 단행하자는 것이 그의 제안이었다. 종부세 인상은 만만찮은 조세저항을 부를 수 있기 때문에 정부로서도 섣불리 손대기 어려운 사안이었다.

그런 사안을 정부보다 여론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여당의 대표가 거론하자 시장에서는 종부세 인상이 실현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정부의 보유세 인상 의지가 예상보다 약한 것으로 드러난 이후부터 부동산 투기 열기가 더욱 달아올랐다는 평가가 꾸준히 나왔다. 여기에 서울시의 용산·여의도 개발계획이 알려지면서 열기가 더 뜨거워졌다.

이 대표의 공급 확대 제안은 앞선 종부세 인상 건의보다도 크게 눈길을 끌 만한 내용이다. 그간 정부가 취해온 입장과 배치되는 인식이 전제된 제안이기 때문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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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이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발언을 통해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전제한 뒤 “세제 등의 정책을 강구하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급을 크게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자신이 지난달 말 당·정·청 회의를 통해 종부세 강화 방안을 정부 측에 요청했다고 상기시키면서 이번엔 공급 확대 정책을 정부에 제안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이번 제안은 서울과 수도권 일부 등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재의 부동산 시장 과열이 공급부족에 기인한다는 기본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 시장 과열이 공급 부족이 아니라 투기에서 비롯된다는 기본인식을 드러내왔다. 따라서 민간 전문가들로부터 공급 대책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아온 게 사실이다.

최근 발표된 8·27부동산대책에 공급대책이 일부 포함된 것은 그같은 지속적 비판에 대한 뒤늦은 반응이었다. 서울 및 수도권 지역 14곳에 공공택지를 추가 개발해 24만20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게 주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여전히 부동산 시장 이상 조짐의 주된 원인을 투기에서 찾으려는 자세를 버리지 않고 있다. 서울의 경우 산술적으로 보면 이미 공급이 수요를 초과했다는 논리가 종종 동원되기도 했다.

하지만 민간 전문가들은 특정 지역에 수요가 몰리면서 국지적으로 공급 부족이 나타나면 당연히 그 지역의 집값이 오르고, 종국에는 다른 지역으로 집값 상승 효과가 번진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아파트 선호가 높지만 서울만 놓고 보아도 아파트 수는 그에 못 미친다는 점 역시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아파트값 상승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서울의 전체 주택 수는 가구수를 초과하지만 아파트만 떼어놓고 보면 여전히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의 민주당 간사인 윤관석 의원도 같은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윤 의원은 지난달 31일 MBC라디오 프로그램 ‘이범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부동산 정책이 규제와 공급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윤 의원은 현재의 부동산 시장 흐름과 관련한 가장 큰 문제를 특정 지역에 대한 수요 집중으로 진단하면서 공급 확대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 의원은 공급대책의 효과가 나타나는데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에 대해 “주택공급 계획이 나오면 시장에 심리적 안정을 주고, 결국 시장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여당 내부의 이같은 분위기는 향후 정부의 정책 방향 설정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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