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명품 브랜드인 버버리가 더 이상 멀쩡한 재고품을 태워 없애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소비자와 환경단체들로부터 재고품 소각 행위가 비윤리적이고 환경 파괴적이라는 비난이 쇄도하자 입장을 바꾼 것이다.

명품 브랜드들의 재고품 소각은 버버리만의 일은 아니다. 시계와 액세서리 등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명품 브랜드 카르티에와 몽블랑 등도 팔다 남은 물건이 있으면 모조리 소각해 버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명품 브랜드 제조사들의 이같은 행위는 ‘싸게 파느니 버린다’는 운영 지침에 따라 행해져왔다. 재고품을 값싸게 할인해 팔거나 기부할 경우, 또는 보관중 도난을 당할 경우 브랜드의 고급 이미지가 훼손될 것을 우려한데 따른 행위였다.

BBC 등이 인용해 보도한 버버리의 지난 7월 수익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한해에만 2860만 파운드(약 415억원)어치의 자사 재고품을 소각처리했다. 소각한 제품의 종류는 의류에서부터 액세서리, 향수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런 식으로 지난 5년간 버버리가 소각해 없앤 멀쩡한 물건들의 가격 총액은 9000만 파운드(약 1307억원)에 이른다.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이같은 행위를 한다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은 제품 성능과 무관하게 브랜드 값으로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환경단체들과 소비자들은 즉각 분노를 표출했다. 명품 브랜드들이 품목별 소량 생산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 줄로만 알았던 소비자들은 기업의 비윤리성을 성토하기도 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버버리는 입장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안 팔리고 남은 제품을 태우는 대신 재사용 또는 수선해 사용하거나 기증을 하겠다는 것이다. 소각을 하더라도 친환경적인 시설을 이용한다고 항변하던 이전과는 사뭇 달라진 태도다.

6일 버버리는 자사가 이미 그같은 행동에 돌입했음을 전하면서 앞으로는 점진적으로 의류 제조에 모피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동물보호단체 등의 반발을 의식한 조치다.

실제로 이번 발표가 있기 전인 지난해부터 버버리는 고급 상품 재활용 전문회사인 엘비스&크레스와 손잡고 상품 재활용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회사가 쓰다 남은 가죽 등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버버리의 마르코 고베티 최고경영자(CEO)는 “현대적 의미에서 럭셔리 회사는 사회적 환경적 책임의식을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한 뒤 “버버리에는 이런 믿음이 있으며 이것이 바로 버버리의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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