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면서 정부와 시장의 관심은 온통 주택 거래 및 전세 가격에 집중됐다. 그러는 사이 소리 소문 없이 올라만 가는 부동산 중개수수료에 분노를 표하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도와 우선 순위에서 밀려 있을 뿐 과도한 중개수수료에 분노를 토로하는 목소리는 날로 커지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부동산 중개수수료 체계를 바꿔달라는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청원 게시판에 뜨는 글들의 주장은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내용에 비해 수수료가 과도하게 높다는데 모아진다. 어떤 이는 중개업자들의 서비스 내용이 대동소이함에도 불구하고 거래 가격에 따라 수수료율이 달라지는 것이 합당한지를 되묻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현행 수수료율 제도가 집값을 올리는데 일조한다는 주장을 펴는 이도 있다. 고가 주택 거래시 수수료율이 더 올라가도록 함으로써 중개업자들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게 그들의 논리다.

이들의 주장대로 현행 제도는 2억 이상의 주택을 거래할 때 집값이 비쌀수록 수수료율이 올라가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로써 고가 주택일수록 중개수수료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어떤 이들은 매매가에 상관 없이 수수료율을 고정시키는데 그치지 말고 아예 구간별 정액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현재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서울을 비롯한 대개의 도시에서는 2억 이상의 주택 거래시 거래 가격에 따라 0.4~0.9%의 중개수수료를 내도록 정해두고 있다.

예를 들어 집값이 2억 이상 6억 미만이면 0.4%, 6억 이상 9억 미만이면 0.5%의 상한 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 9억 이상의 주택 매매시엔 상한 수수료율이 0.9%로 올라간다. 그 범위 안에서 매도·매수자가 부동산 중개업자와 협의해 수수료를 정하라는 것이다.

더구나 2억 이상 주택 거래시엔 수수료 한도액도 정해져 있지 않다. 2억 미만 주택 거래시 수수료율 상한선(최대 0.6%)과 별개로 80만원이란 한도액이 별도로 적용되는 것과 대비된다. 현행 제도상 5000만원 미만 주택 거래시 수수료 상한요율은 0.6%이고 수수료 상한액은 25만원이다. 5000만원 이상 2억원 미만의 주택을 거래할 땐 0.5% 이하의 수수료율이 적용되며 수수료 상한액은 80만원이다.

하지만 중개업자들이 상한요율을 적용하는 게 보통이어서 시비가 일곤 한다. 특히 9억 이상의 주택 거래시 수수료율이 천문학적으로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0.9%의 수수료를 고스란히 요구하는 중개업자들도 있다. 현행 제도상 중개업자는 수수료를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 모두에게서 받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10억원짜리 아파트를 매매하는 사람들은 중개 수수료를 최대 900만원까지 내야 한다. 만약 중개업자가 일반과세자라면 여기에 부가세 10%까지 얹어서 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흔치는 않겠지만 이럴 경우 매도자와 매수자는 각각 1000만원에 육박하는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진짜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라는데 있다. 매도자나 매수자가 집을 거래할 땐 팔고 사거나 사고 파는 게 다반사여서 실제로는 각각 2000만원 가까운 수수료를 지불하게 된다. 10억원짜리 집을 팔고 비슷한 가격의 새집을 사서 이사하는 경우 그렇게 된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고가주택 거래를 한건만 성사시켜도 중개업자가 웬만한 직장인들의 1년 연봉을 거머쥐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을 반영하듯 최근 청와대 청원게시판엔 다양한 비판과 제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어떤 이는 “거래 금액을 높여야 수수료가 높아지기 때문에 (중개업자는) 주택가격을 높이려 한다”며 “매도자도 자기 집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니 마다할 리가 없다”라고 적었다.

자신을 주부라고 밝힌 한 청원인은 지난 20년간 집값이 10배도 넘게 올랐는데 어떻게 중개수수료율이 그때나 지금이나 같을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청원인은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개의치 않으시는지요”라며 청와대를 향해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건당으로 중개수수료를 받게 하든지, 수수료율을 낮추든지 관련법령 개정을 검토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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