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적 수요에 불안심리가 편승한 것 같다.”

최근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 부동산 시장을 두고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 말이다.

투기적 수요가 집값을 끌어올리자 실수요자들이 불안감을 느끼면서 매수세를 강화함에 따라 매도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음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하지만 지금의 서울 집값 상승이 구조적 원인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만만찮게 제기된다. 시중의 풍부한 현금성 자산이 경기 침체와 저금리 등으로 갈 곳을 찾지 못해 결국 부동산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게 그같은 시각의 배경이다.

현재 서울 주택 시장은 철저하게 매도자 주도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워낙 매물이 귀하다 보니 하나라도 시장에 나오면 사려는 사람이 몰려들고, 이에 매도자가 가격을 터무니 없이 올려도 거래가 이뤄지는 모습이 나타나곤 한다. 이 때의 거래가격은 곧바로 새로운 시세로 자리잡으며 부동산 시장 집계자료로 활동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매도자 주도 시장의 현주소를 명료하게 보여주는 자료가 KB국민은행의 주간 주택시장 동향 조사에서 다시금 제시됐다.

조사에 따르면 9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거래 시장의 매수우위지수는 171.6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03년 7월 이후 나타난 최고 기록이다.

국민은행이 개발해 산출하는 매수우위지수는 부동산 시장에서 매도세와 매수세 중 어느 쪽이 강한지를 보여주는 지수다. 0~200 사이를 오가는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시장에서 매수세가 매도세보다 강함을 의미한다. 즉,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다는 얘기다.

지수가 100이면 매도·매수세가 팽팽한 균형을 이룬 상태임을 나타낸다.

이 지수는 ‘100+(매수세우위 비중-매도세우위 비중)’의 산식에 의해 집계된다. 국민은행은 3600곳의 부동산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매수자가 더 많다고 응답한 곳과 매도자가 더 많다고 응답한 곳의 숫자(각각 매수세우위 비중 및 매도세우위 비중)를 확인한 뒤 위의 공식을 이용해 지수를 산출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강남과 강북을 가리지 않고 모두 매도자 주도의 시장이 형성돼 있음이 확인됐다. 지역별 지수는 강북이 165.7, 강남이 178.4였다. 지역별 기록상으로도 각각 역대 최고치였다.

서울 아파트 시장의 매수우위지수는 지난 8월 다섯째 주(165.2)에 이어 2주 연속 최고기록 경신 행진을 했다.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2012년 한자릿수까지 떨어진 적도 있으며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들어서는 간간이 100선을 넘기는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 7월부터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수치가 올라가더니 이젠 200선을 넘보는 단계에 이르렀다.

매수우위지수가 200 목전에 이르렀다는 것은 향후 아파트 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매도자는 한껏 콧대를 높이고, 매수자는 불안감에 떠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는 조만간 부동산 종합대책을 정리해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엔 부동산 관련세금 인상을 포함한 각종 규제는 물론 공급 대책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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