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영화가 한때 인기몰이를 했다. 내용을 떠나 세태를 반영하는 제목만으로도 영화는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결혼 기피는 특히 한국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정도의 차이가 크진 않지만 여성들의 결혼 기피는 더욱 심각한 단계에 이르렀다.

[그래픽 = 연합뉴스]

이같은 현상을 반영하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20~40대 여성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결혼할 것’이란 응답자의 비율은 39.4%에 불과했다.

‘결혼하지 않겠다’는 응답률은 26.3%, ‘모르겠다’는 응답자 비율은 34.3%로 집계됐다.

‘2018년 저출산 정책에 대한 2040 여성 근로자 인식’이란 주제로 실시된 이 조사는 516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눈여겨 보아야 할 부분은 결혼하려는 의지가 확실치 않은 응답자들이 지목한 응답 이유다. 이는 사실상 해당 연령대 여성들의 결혼 기피 이유를 엿볼 수 있는 단서라 할 수 있다.

결혼할 생각이 없거나 할지 말지 모르겠다는 여성들이 지목한 가장 많은 이유는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46.3%)였다. 우리가 ‘3포’, ‘5포’를 거론하며 흔히 이야기하는 이유인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는 그보다 훨씬 적은 20.6%에 그쳤다. 그 다음 응답률을 차지한 이유는 ‘일과 생활의 균형이 어려운 사회·근로 환경 때문’(11.4%)이었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포인트는 여성들의 결혼관이다. 이 조사 결과는 금전적 여유를 논하기 이전에 다수의 젊은 여성들이 결혼 자체에 대해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비혼족’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대변해주는 자료는 이것 말고 또 있다. 지난해 3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7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2016년 당시 미혼여성의 31%만이 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더 중요한 사실은 긍정적 반응이 줄어드는 추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결혼에 대한 미혼여성들의 긍정적 반응 비율은 2010년 46.8%였으나 2012년 43.3%, 2014년 38.7% 등으로 갈수록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결혼에 대한 부정적 반응은 ‘결혼을 하면 오히려 불행해진다’라는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보는게 옳을 것이다.

실제로 2017년 2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전국의 18세 이상 남녀 1052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이면서 이에 대해 직접적인 질문을 던진 바 있다. ‘결혼한 여자가 결혼하지 않은 여자보다 행복하다’라는 문항에 찬성한 여성은 46.4%에 그쳤다. 10년 전 같은 조사 때의 찬성 응답률은 55.2%였다.

남성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혼한 남자가 결혼하지 않은 남자보다 행복하다’라는 문항에 찬성한 남성 응답자는 49.8%로 집계됐다.

이같은 조사 결과는 남녀를 불문하고 결혼이 개인을 구속한다는 인식이 이전보다 강해졌음을 추정케 한다. 핵가족화가 고착화돼 있고 부모 세대로부터의 독립성도 이전보다 강화됐지만 그 이상의 빠른 속도로 젊은이들의 인식이 바뀌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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