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이체를 하다보면 ‘아차’ 실수로 돈을 잘못 보내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계좌번호를 잘못 입력하거나 송금액에 ‘0’자를 하나 더 붙여 낭패를 보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착오송금’이라 부른다.

이 때 수취인이 돈을 순순히 되돌려준다면 착오송금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난다. 하지만 수취인이 반환을 거부할 경우 문제가 복잡해진다. 실제로 현실 속에서 잘못 보내진 돈이 되돌아오는 경우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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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잘못 송금된 돈의 미반환율은 56.35%, 건수는 5만2000건에 달했다. 액수로 치면 1115억원이나 됐다.

수취인이 잘못 송금된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은 소송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소액일 경우 복잡하고 골치아픈 송사 대신 포기하는 길을 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 당국이 나서기로 했다. 주체는 금융위원회다.

문제 해결 방식은 예금보험공사(예보)가 송금자로부터 채권(잘못 송금한 돈을 돌려받을 권리)을 매입해 손실액의 대부분을 보상해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시 말하면 예보가 송금자에게 잘못 송금된 돈을 먼저 내준 다음, 수취인에게서 돈을 받아내는 방식이다. 결국 개인이 하기 어려운 소송을 예보가 대신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실수를 저지른 송금자가 예보로부터 받는 돈은 100%가 아니다. 예보가 소송 등으로 쓸 제반 비용을 미리 제하기 때문에 실제로 송금자가 받는 돈은 손실액의 80% 수준이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실수로 보냈다면 800만원을 받고 예보에 채권을 넘기게 된다.

구제 대상도 제한된다. 일단은 액수가 5만~1000만원 범위여야 하고, 송금일 이후 1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에 한해 구제받을 수 있다.

이같은 방침은 18일 서울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착오송금 구제를 위한 간담회 자리에서 금융위원회에 의해 공개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국회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 금융업계 관계자, 착오송금 피해자 등이 참석했다.

향후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이같은 방안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이에 따라 민병두 의원은 조만간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개정안이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된다면 내년 상반기 안에 예보에 의한 착오송금 구제가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위는 1000만원 이하 규모를 대상으로 새로운 방안을 시행해본 뒤 성과 등을 검토해가며 구제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이날 발표된 1차 구제 방안이 실행되면 착오송금 피해 사례의 82% 정도가 구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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