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근 기준금리를 1.75~2.00%에서 2.00~2.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올들어 3월과 6월에 이은 세 번째 인상이다. 지난해 11월부터 기준금리를 동결한 우리나라(1.50%)와 미국과의 금리 차이가 최대 0.75%포인트로 확대됐다. 2007년 7월 이후 11년 2개월만에 가장 커졌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미국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외국 자본의 이탈 조짐이 보이지 않는 등 우리 금융시장이 차분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외환보유고를 충분히 쌓아 놓았고 경제 펀더멘털도 좋은 만큼 지금 당장 우리 경제가 위기를 걱정해야 할 단계는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덕분이다. 실제로 지난 3월 한·미 금리가 역전된 후 외국 자본이 대거 빠져나가는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은 데다 보름 전 정부가 추진한 10억 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도 순조롭게 이뤄진 까닭에 급격한 자금유출 우려는 비교적 덜한 편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 = A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 = AP/연합뉴스]

 이런 만큼 정부와 한국은행은 미국 금리인상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한국의 견실한 경제기반과 과거 사례를 고려하면 외국 자본의 급격한 유출 등 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예견된 일이었고 향후 전망도 시장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며 “국내 금융시장이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그렇다고 해도 수수방관할 때가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미국 금리인상이 몰고올 파장을 최소화할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미국이 오는 12월 또 한차례 금리 인상을 할 것으로 예고하고 있는 탓에 한·미 금리 격차는 1%포인트로 확대될 공산이 크다. 한은에 금리인상 압박이 그만큼 심해질 수 있다. 때문에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미 금리차에 따른 금리조정 과정에서 겪을 가장 큰 딜레마는 1500조원을 넘긴 가계부채다. 금리를 올려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금리가 인상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소득보다 빚이 더 많은 취약계층에는 직격탄이다. 시중 금리는 이미 오름세를 보여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가 4%대 중후반에 이른다. 올들어 영세 자영업자 등 저소득층이 주택대출 규제를 피해 고금리 생계형 대출을 늘리면서 제2금융권 연체율도 치솟고 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시나브로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금리가 계속 상승하면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대출금 이자도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은 생존이 어렵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상장사 4곳 중 1곳이 좀비기업으로 분류된다. 좀비기업 중에는 반기 매출이 1조원을 넘는 대기업도 11개사나 된다.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이 대표적이다. 올 상반기 이자 비용이 3500억원이고 영업이익은 2조원 이상 적자를 냈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상선 등 3년 이상 영업 적자를 내고 있는 기업도 168개사에 이른다. 대기업이라도 적자가 지속되면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좀비기업은 전체 산업의 투자와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금리가 더 오르게 되면 이자 부담이 커져 좀비기업이 더 늘어나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동반 부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 부실기업을 방치하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크다.

 경제논리에 따르면 좀비기업은 문을 닫는 게 맞지만 현실적으로는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옥석을 가려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살리되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퇴출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지금 고용대란과 경기침체 국면, 미·중 무역전쟁 등 ‘트릴레마’(三重苦)가 닥쳐오는 상황에서 금리인상까지 겹치면 내수는 급격히 위축되고 기업 경쟁력이 떨어져 우리 경제는 가파르게 냉각될 것이다. 정부는 금리인상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가계부채 관리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가계부채가 더 늘어나지 않도록 시장에 확실한 통화정책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 가계도 저금리 호시절이 끝났다는 점을 인식하고 부채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통화 스와프는 다다익선”이라는 김 부총리의 말처럼 한·일 통화 스와프를 재개하는 등 외환 곳간도 더 채워 놔야 한다. 만사 불여튼튼이다.

서울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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