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일 방북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의 비핵화 달성을 위해선 대북 경제제재 유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핵화와 대북제재 완화가 투트랙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북한 입장과 확연히 다르다.

폼페이오 장관의 대북제재에 대한 발언은 미국이 더 이상 비핵화 협상에서 시간 싸움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는 도중 나왔다. 미국이 대북협상 속도를 높이기 위해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폼페이오 장관은 3일(현지시간) 국무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우리는 지난 오랜 시간 동안 이뤄진 것보다 더 큰 진전을 만들었다”며 “더 중요한 것은 최종적인 목표(비핵화)를 달성할 기회를 우리에게 계속해서 제공하는 여건 아래에서 진전을 만들었다는 것으로, 그것은 경제적 제재의 지속적인 유지이다. 우리에게 비핵화를 가져다줄 역량을 부여할 핵심 방안(제재 유지)은 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속도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입장을 같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비핵화 협상 시한과 관련해 "시간 싸움을 하지 않겠다. 2년이 걸리든, 3년이 걸리든, 혹은 5개월이 걸리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정확하게 옳다. 이것은 장기적인 문제이다"며 "이것은 수십 년 동안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제재 유지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북한 기관지 노동신문은 4일 ‘스스로 제 앞길에 장애를 조성하는 자가당착에서 벗어나야 한다’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제재 문제로 말하면 조·미(북·미) 협상의 진전과 조선반도 비핵화를 바라는 미국이 알아서 스스로 처리해야 할 일”이라며 “미국이 제재로 얻을 것은 하나도 없으며 불리해질 것은 다름 아닌 그들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북한 노동당이 운영하는 만큼 공식적은 아니지만 북측 입장으로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북한은 다른 국가를 비판할 때 공식적인 채널을 이용하는 것이 부담이 될 경우 노동신문 논평을 활용해왔다.

노동신문은 미국이 지난달 유엔총회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의 석상에서 대북제재 유지 기조를 밝힌 것을 거론하며 “참으로 그 경직성과 무례함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제재는) 미국에 대한 우리의 불신을 증폭시키는 근본 요인의 하나”라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지난달 유엔총회에서 행한 연설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이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처럼 북한 또한 대북제재에 대해 같은 입장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대북제재를 놓고 북·미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방북에 대해 “(북·미) 두 정상 간의 2차 정상회담뿐 아니라 비핵화를 향한 길을 설계해 나가는 노력을 이어가는 데 있어 (북·미 서로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와 심화한 진전, 그리고 발전된 논의를 이루게 될 것이라는 데 대해 나는 낙관적이다”고 전망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7일 당일치기로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면담한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