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기국회의 국정감사를 계기로 예금자보호 한도가 현실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물가와 소득 수준이 지금의 절반 정도였던 17년 전의 기준이 지금까지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데 대한 불만과 비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예금자보호법에 근거를 둔 예금자보호란 은행 등 금융기관이 영업정지나 파산 등으로 지불능력을 잃게 될 경우 고객들의 예금을 일정 정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대상 금융기관은 은행과 금융투자사, 보험회사, 종합금융회사, 상호저축은행 등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TV/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TV제공/연합뉴스]

현재 보호 한도는 5000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1억원을 예치해둔 은행이 파산으로 문을 닫을 경우 해당 고객은 원금과 이자 등을 모두 합쳐 5000만원까지만 예금보험공사(예보)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

5000만원 한도는 2001년 정해진 기준으로서 17년이 지난 지금까지 변함 없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현행 예금자보호법은 예금자보호 한도를 1인당 국내총생산(GDP)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 논의나 의결 없이 정부의 시행령 개정만으로 한도를 조정할 수 있다. 이는 곧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예금자보호 한도를 올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때마침 예금자보호 한도를 올려야 한다는 연구용역 결과도 제시됐다.

국회 국정감사 첫날인 10일 정무위원회 소속의 민주평화당 장병완 의원이 예보에서 제출받은 ‘예금보호 한도 조정 및 차등화’ 자료에 의하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은행 예금과 보험의 보호한도 인상을 제안하고 있다. KDI는 예보의 의뢰로 함께 이번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KDI가 예금 및 보험의 보호 한도 인상을 제안한 근거는 현행 5000만원 한도 결정 당시인 2001년에 비해 현재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배 이상으로 커졌다는 점이었다.

2001년 당시보다 고액 예금은 늘었지만 보호한도가 고정돼 있다 보니 보호받는 예금액의 비중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점도 한도 조정의 명분이 되고 있다. 2001년 당시엔 전체 은행 예금 중 보호받는 금액이 33.2%였지만 지금은 그 비율이 25.9%로 줄어들었다. 예금액의 74.1%는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뜻이다.

KDI는 확정급여형 퇴직연금도 예금보호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제안했다. 확정급여형 역시 사회보장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 2020년부터 퇴직급여의 사회 적립이 의무화된다는 점 등이 그같은 제안의 논리적 근거였다.

퇴금연금은 확정기여형과 확정급여형 두 가지로 나뉘는데, 이중 확정급여형만 예금자 보호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개인이 금융회사를 지정한 뒤 돈을 굴리는 확정기여형과 달리 확정급여형은 회사가 적립금을 운용한 뒤 그 결과와 상관 없이 퇴직 사원에게 일정금액을 지급하는 퇴직연금의 형태다.

KDI는 예금보험료 등의 인상 없이도 예보가 어느 정도의 예금 및 보험의 보호 한도를 올릴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을 덧붙였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예금자보호 한도 인상에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도 인상을 위해서는 목표기금 규모를 키워야 하고 예금보험료를 올려야 하는 만큼 금융소비자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게 반대 이유다.

그러나 장 의원은 “우리 경제 규모의 확대에 맞춰 예금보호 한도를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