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가 78개월째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다시 한번 사상 최장기록이 경신된 것이다. 글로벌 교역 확대 속에 반도체가 수출을 이끈 덕분이다. 하지만 여행수지는 7개월만에 가장 큰 적자 규모를 나타냈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8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올해 8월 경상수지는 84억4000만 달러의 흑자를 보였다. 그러나 경상수지 중에서도 서비스수지의 일부인 여행수지는 15억4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여행수지 적자 하나가 우리의 경상수지를 얼마나 심각하게 잠식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TV제공/연합뉴스]

8월 경상수지 흑자는 전달의 87억6000만 달러에 비하면 소폭 감소했지만, 지난해 같은 달의 60억3000만 달러보다 크게 늘었다. 경상수지 흑자 행진은 2012년 3월부터 한달도 빼지 않은 채 이어져오고 있다.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요소에는 수출입에 좌우되는 상품수지, 여행·운송 등에 의한 서비스수지, 투자소득·급료 등에 의한 본원수지, 무상원조와 교포송금 등에 의한 이전소득수지 등이 있다.

이들 항목 중 경상수지 전체의 흑자를 주도한 것은 역시 상품수지였다. 본원소득수지도 미미하게나마 흑자를 냈으나 서비스수지와 이전소득수지에서는 적자가 발생했다. 특히 여행수지가 포함되는 서비스수지에서 큰 폭의 적자가 나타났다.

상품수지는 112억4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이 532억7000만 달러, 수입이 420억3000만 달러를 기록한데 따른 결과다. 전년 같은 달에 비해 수출은 11.7%, 수입은 9.2% 증가했다.

여행과 운송, 건설, 가공서비스 등의 요소를 포함하는 서비스수지에서는 지난 8월 한달간 21억1000만 달러의 적자를 봤다. 특히 여행수지가 15억4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해 서비스수지 전체 실적을 크게 떨어뜨렸다. 여행수지 적자 규모는 작년 8월에 비해 1억3000만 달러가량 커졌다. 중국 등 외국의 관광객 방문이 부진한 가운데 우리 국민들의 해외여행이 부쩍 늘어난데 따른 결과다.

그러나 해외건설수입이 증가한데 힘입어 건설수지는 1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해 서비스수지 적자 폭을 어느 정도 줄여주었다.

경상수지의 나머지 구성 요소인 본원소득수지와 이전소득수지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본원소득수지는 5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반면, 이전소득수지에서는 7억3000만 달러의 적자가 발생했다.

한편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의 1년 동안 우리나라는 미국에 대해 206억3000만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면서 경상수지흑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3%를 넘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로 인해 미국이 설정한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 세 가지 중 두 가지(무역수지 200억 달러 초과, GDP 대비 경상수지흑자 3% 초과)를 충족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은은 ‘지속적인 일방향 시장 개입 요건’은 미국이 설정한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한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