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1위가 매달 받는 연금은 720만원이다. 반면 국민연금 1위는 204만원이다. 연금액을 높이기 위해 연금 수령을 5년이나 늦춰 30% 보너스를 받은 것이 그 정도다. 정상적으로 받으면 157만원에 불과하다. 10년 이상 가입자의 평균을 따져도 공무원연금은 240만원, 국민연금은 51만원밖에 안 된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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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은 공무원과 정부가 내는 보험료 수입으로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자금이 부족해 해마다 국민 세금으로 메워준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공무원연금 적자 보전금은 지난해 2조2820억원이다. 2015년(3조727억원)이나 2016년(2조3189억원)보다는 조금 감소한 것이다. 국민들은 연금 얘기만 나오면 공무원연금과 비교돼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분통이 터진다. 국민 세금에 손을 대지 않는다면 공무원연금이 많든 적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사정이 이런 데도 정부는 국민연금의 보험요율 단계적 인상과 납입기한 연장, 수령 시기 연기까지 검토 중이다. 국민연금 고갈 시점을 늦추기 위해서다. 정부가 목돈을 받는 공무원연금은 손대지 않고, 용돈에 불과한 국민연금을 자꾸 깎으려고 하니 국민들의 속은 뒤집힐 수밖에 없다. 주인(국민)은 철저히 소외된 채 머슴(공무원)이 상전 행세하는 꼴이다. 더군다나 올해 국민연금의 전체 기금운용 수익률은 지난 7월 말까지 1.39%로 지난해 연간 수익률 7.26%를 크게 밑도는 데다 주식투자에서는 10조원이라는 거액의 손실을 냈다.

국민연금은 고령화 시대에 노인층의 중요한 생계 보장 수단이다. 변변한 노후대책 하나 없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자신의 생명줄인 노후자금 64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주목하는 이유다. 얼마전 안효준 BNK금융지주 글로벌 총괄부문장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 임명됐다. 공석 사태가 빚어진 지 1년 3개월 만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출발한 안 본부장은 30년간 국내외 증권·자산운용사에서 잔뼈가 굵은 주식운용전문가다. 대우증권 홍콩지점 주식운용팀장, 호주 ANZ펀드운용 펀드매니저를 거쳐 교보악사자산운용과 BNK투자증권을 이끌었다. 2011년 국민연금 해외증권실장과 주식운용실장으로 일한 경험도 있어 내부 사정에도 밝은 만큼 적임자라는 평가다. 본부장에 자격 및 정권코드 논란을 빚었던 인물이 배제되고 전문가가 선임된 것이 매우 다행한 일이다.

국민연금의 대원칙은 최고의 수익성과 안전성으로 국민의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버팀목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기금운용은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금운용의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최대 현안인 셈이다. 국민연금 고갈 시기가 3년이나 앞당겨진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 마당에 수익률마저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국민들의 불안과 불만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물론 투자를 책임지고 집행할 본부장의 공백 탓이 컸다. 적폐청산 여파로 전임 본부장이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하면서 15개월 동안 자리가 비었고, 핵심 인력들이 대거 조직을 떠났다. 서울에서 전주로 기금운용본부가 이전한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운용 인력의 사기가 떨어지는 등 조직 안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인력보강과 조직안정이 시급한 과제이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조직이 전문가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다면 미래는 불문가지(不問可知)다. 수익률을 높이려면 본부장과 운용인력 간에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 

가뜩이나 심각한 저출산·고령화로 연금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어들고 연금을 받는 사람은 계속 늘어나는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들의 노후가 위협받지 않으려면 수익률 극대화를 통해 연금 고갈 시점을 늦추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국민연금 수익률 1%포인트를 올리면 연간 6조원 넘는 보험료 수입효과가 나타나 연금재정 고갈 시기를 몇 년 늦출 수 있다. 때문에 신임 본부장은 어수선해진 조직을 하루빨리 안정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수익률 제고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기금운용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해 지난 정권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나 정치권은 기금운용에 부당하게 개입해서는 안 된다.

서울신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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