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에서 전세살이를 하는 사람이 지금 현재 재계약을 하려면 평균 4004만원의 보증금을 추가로 준비해야 한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여전히 서민들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액수이지만 그나마 최근 들어 전세 가격이 이전에 비해 안정세를 보인데 따른 결과다. 현 시점에서의 아파트 전세 재계약 비용을 전국 평균으로 계산하면 979만원이 나온다.

전세 재계약 비용은 현재와 2년 전의 전세 시세 차액을 가리킨다. 비교 시점을 2년 전으로 삼은 것은 통상 전세계약이 2년 단위로 이뤄진다는 점에 기인한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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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114가 16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달 현재 서울 아파트의 전세값 평균은 2년 전보다 4004만원 오른 4억6588만원이었다. 이는 살던 아파트에 눌러앉기 위해 지금 재계약을 하려면 평균 4004만원을 더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에서도 전세 재계약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곳은 종로구(1억1091만원)였다. 그 다음으로 전세 재계약 비용이 많이 필요한 곳은 강남(9566만원), 강동(9013만원), 서초(6740만원) 등이었다.

비강남권의 재계약 비용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강북이 2402만원, 관악은 2452만원, 강서는 2537만원 등이었다.

서울 다음으로 전세 재계약 비용이 많이 드는 곳은 대전(1040만원)이었다. 인천과 대구, 강원이 차례로 947만원, 871만원, 848만원을 기록하며 그 뒤를 이었다.

경기도에서는 최근 들어 입주물량이 크게 늘어난 덕분에 전세 재계약 비용 증가폭이 상대적으로 작은 536만원을 기록했다. 이달 현재 경기도의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2억5820만원이다.

지방 일부 지역에서는 역전세난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세가격이 2년 전보다 떨어져 재계약할 때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 일부를 돌려받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역전세난이 발생한 곳은 전국의 시·군·구를 통틀어 35곳이나 된다. 이들 지역에서는 전세 재계약을 하려면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평균 654만원의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한다.

세종시의 경우 2년 전에 비해 전세가가 유독 많이 내린 지역으로 꼽힌다. 이 곳에서의 전세 재계약 비용은 마이너스 861만원이다.

하지만 이론상 그렇다는 것일 뿐 실제로 전세 보증금이 환불되는 사례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같은 조건의 주변 집으로 옮기면 지금보다 싼 값에 전세를 얻을 수 있겠지만, 이사 비용과 번거로움 등을 감안해 그대로 계약 연장에 동의하고자 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짐작되기 때문이다.

경남과 울산, 경북에서도 전세 재계약 비용이 각각 마이너스 485만원, 474만원, 160만원을 기록했다.

역전세난이 발생한 곳에서는 집주인이 돈을 새로 마련하지 못할 경우 세입자가 다른 곳으로 이사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따라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정부 대책도 필요하지만, 세입자 역시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는 등 보증금의 안전한 환수를 위해 미리 대비해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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