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주가 폭락을 통해 발현된 최근의 금융시장 불안과 관련해 두 가지 메시지를 동시에 전했다.

하나는 지금의 혼란상이 이전의 금융위기 당시에 비해 제한적이라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정부와 협력하면서 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총재의 이같은 메시지는 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시중은행장들과의 금융협의회 모두발언을 통해 전달됐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 =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오른쪽 두 번째). [사진 = 연합뉴스]

그의 발언 내용 중 먼저 눈길을 끈 부분은 최근의 금융시장 혼란상이 지닌 특이점을 강조한 것이었다.

이 총재는 먼저 세계증시가 다 같이 흔들렸으나 그중에서도 우리 증시의 불안정성이 더 컸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됐음을 거론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최근의 금융시장 움직임은 과거의 불안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고 진단했다.

그같은 주장의 근거로 든 것은 시장금리와 환율이었다. 과거 금융불안 시기엔 환율과 시장금리가 함께 요동쳤지만 이번엔 그런 현상이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 총재는 “과거에는 주가가 폭락하면 환율과 시장금리도 함께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면서 “그러나 이번엔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가 안정세를 보였고, 환율 변동성도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 배경과 관련, 이 총재는 “경상수지 흑자의 지속적 확대 등으로 대외건전성이 양호해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총재는 그같은 분석의 근거로 금융기관의 외화 유동성과 차입 여건에 이렇다 할 변화가 없다는 점을 제시했다. 이 총재는 이어 지난달 중순 이후부터는 외국인 채권자금이 다시 유입되는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식시장이 일시적으로 혼란상을 보였지만 우리 경제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기본적인 신뢰엔 변함이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회의에 참석한 시중은행장들도 최근 주가가 폭락하고 외국인들의 증권투자자금이 유출됐지만 은행의 외화 유동성 사정과 차입여건은 특별한 변화 없이 양호한 상태를 이어갔다고 밝혔다.

이날 이 총재의 발언들은 시장의 불안 심리를 무마하기 위해 준비된 것으로 이해됐다.

이 총재가 시장을 향해 전한 또 하나의 메시지는 통화 당국자로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상황 변화를 지켜보겠다는 것이었다. 필요시 정부와 협의해가며 대응책을 제시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는 얘기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은 이전보다 더 경계감을 갖고 국제금융시장 상황의 변화와 그 파장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며 “필요시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시장 안정을 위한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가 시중은행장들과 금융협의회를 가진 것은 지난해 12월 회의 이후 처음이다. 이날 회의에는 허인 KB국민은행장과 위성호 신한은행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은행장이 빠짐없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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