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느닷없이 스태그플레이션 논란이 빚어졌다. 5일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가 그 무대였다.

이날 회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해당 상임위 소속의 여야 의원들로부터 질문 공세를 받았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야당 의원 입으로부터 스태그플레이션 발언이 튀어나왔다.

[사진 = 연합뉴스]
김동연 경제부총리. [사진 = 연합뉴스]

질의자로 나선 자유한국당 엄용수 의원은 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안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경기가 워낙 부진한데다 최근 생활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느끼는 일반 서민들의 정서를 대변한 발언인 듯 보였다.

그러나 김 부총리는 그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 부총리는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함께 오는 국면을 말한다”고 설명한 뒤 “우리 경제가 지금 스태그플레이션 상태라고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답변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볼 정도로 경기가 부진하지 않고, 물가 상승률 역시 그 정도는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그의 설명대로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 현상이 동시에 벌어지는, 바람직하지 않은 국면을 가리키는 말이다. 경기 침체와 물가 하락이 병행하는 디플레이션과는 다른 개념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일반적 경제 현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이상 현상으로 간주된다. 경기가 침체되면 물가가 하락하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물가지수 산정시 가중치가 큰 물품이나 서비스를 특정 업체가 독점하거나 과점하면서 높은 가격을 매길 때 나타날 수 있다.

이날 김 부총리는 현재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상태가 아니라는 점을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가며 설명했다.

첫째는 국제적 기준에 의해 경기 침체라는 판단을 내리려면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해야 하는데 우리 경제는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이 달 물가 상승률이 2%를 넘겼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일 뿐 연간으로 환산하면 1.6~1.7% 정도로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김 부총리는 또 과거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에 빠졌던 시기가 있었다고 소개하면서 그 시점을 1970년대 중반의 1차 오일쇼크와 1980년대 2차 오일쇼크로 특정했다. 그 시점을 우리 경제에서 나타났던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보는 게 통설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경기 상황을 판단하는 데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여러가지 국제적 기준 등을 봤을 때 거시상황은 위기나 침체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고용 문제나 반도체로 인한 수출 실적상의 착시 현상, 국민의 삶의 질 문제, 소상공인이나 취약계층의 어려움 등과 관련해서는 정부도 상황을 엄중히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 기 살리기나 규제개혁을 통한 시장의 역동성 제고 등이 필요하다는 말엔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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