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금융당국의 승인을 계기로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 우리은행이 우리금융지주로 전환되면 국내 자산순위 5대 시중은행은 모두 금융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다. 우리은행 지주회사인 가칭 우리금융지주의 신임 회장은 이르면 8일 결정될 가능성이 제기돼 관심을 끈다.

금융위원회는 7일 제19차 정례회의를 열고 우리금융지주(가칭)의 설립을 인가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지주는 내년 1월 주식의 포괄적 이전을 통해 설립된다. 기존 은행 발행주식은 모두 신설되는 금융지주회사로 이전되고, 기존 은행 주주들은 신설 금융지주회사가 발행하는 신주를 배정받게 된다.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 등 6개 자회사와 우리카드 등 16개 손자 회사, 1개 증손회사(우리카드 해외 자회사)를 지배할 예정이다. 우리카드와 우리종금의 자회사 편입 여부는 설립되는 지주사가 결정한다.

서울시 중구 회현동1가에 위치한 우리은행 본점. [사진=연합뉴스]
우리은행 본점. [사진=연합뉴스]

우리은행은 이에 따라 8일 이사회 구성원 전원이 참석하는 임시 이사회를 열어 지주사 지배구조 방향을 결정한다. 이날 이사회에서 예금보험공사가 추천한 비상임 이사가 지주사 지배구조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을 전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을 지주사 출범 1년간 겸직하게 하고 이후 분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예상대로 이 같은 방안을 제안하고 우리은행 이사회가 이를 수용하면 새 회장을 선출하는 방법이 남은 숙제가 된다. 즉, 회장 선출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꾸릴 것인지가 문제다.

상법은 우리금융지주와 같이 아직 설립되기 전인 경우 우리은행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를 결정해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으면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사외이사들 사이에는 절차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임추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임추위를 구성할 필요 없이 이사회에서 정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 이날 회장 선출까지 진도가 나갈 수 있다. 금융당국이 지주사 회장·은행장 겸직안을 냈다는 것을 현 손태승 은행장의 지주사 회장 겸직을 용인한 것으로 해석해 이사회에서 이날 바로 손 행장을 회장 후보로 결의할 수 있어서다.

이는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지주사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을 줄인다는 장점이 있으나 일각에서는 회장 선출 과정이 서둘러 진행됐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관련 법령이나 내규에 근거는 없지만, 사외이사들로 임추위를 구성해 회장 후보 선출 작업을 진행하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경우 지주사 회장 후보는 손 행장을 포함해 우리은행 안팎에서 물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희태 전 신용정보협회장, 오갑수 글로벌금융학회장, 신상훈 우리은행 사외이사,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 등 우리은행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거론된다. 임추위 방안에서도 손 행장이 ‘현직 프리미엄’에 힘입어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건 마찬가지다.

회장-행장 겸직 자리에 손 행장이 아닌 다른 사람이 뽑히면 손 행장이 사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손 행장을 이 자리에 있게 한 현 사외이사들이 행장 선임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때 손 행장을 물러나게 만드는 형국이 되는 셈이다.

임추위를 구성해 회장 후보를 뽑더라도 오는 23일 임시이사회까지 선정 작업을 마무리해야 하는 과정이 남았다. 당일 임시이사회에서 회장을 결정하고 회장 이름이 기재된 주식이전계획서를 확정해야 해서다.

다음달 2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이런 주식이전계획에 동의하는지를 기존 은행 주주들에게 묻기 위해서는 지분을 이전할 지주사가 어떤 형태로 꾸려지고 대표는 누가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주식이전계획서에 있어야 한다.

임추위를 구성하지 않고 그 역할을 이사회가 대신할 수 있는 방안도 있다. 앞선 두 방안의 절충안이다. 이날 이사회에서 바로 결정하지 않고 후보 물색 작업을 벌여 23일 임시이사회에서 최종 결정하는 방안이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