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시장에서 거래절벽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거래 현장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현상은 주택거래 시장의 주도권이 매도자에서 매수자로 넘어간 뒤 매수자들이 집값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움직임을 보이지 않음에 따라 나타났다. 불과 얼마 전까지 매도자가 물건을 거머쥔 채 값만 올리며 매수 대기자들을 안달나게 했던 것과는 정반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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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정부가 대출 억제와 보유세 강화, 공급 확대, 1순위 청약 제한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전방위적으로 동원해 주택 가격 안정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따른 현상이다. 여기에 거시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 글로벌 동조화 현상까지 나타나면서 주택 시장의 열기는 급속도로 식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시장 분위기의 전환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 주택 매매가격의 하락 움직임이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달 5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값은 1년 2개월만에 처음으로 상승행진을 멈췄다. 무려 60주 동안 오르기만 하던 집값이 비로소 정점을 찍은 뒤 꺾일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집값이 앞으로 얼마나 더 떨어질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도 전국의 주택 매매가와 전세가가 2010년 이후 처음 동반 하락하는 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산연은 또 최근 발표한 세미나보고서를 통해 내년 집값이 전국 평균으로는 1.1%, 수도권 이외 지방의 집값은 평균 2.0%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거시경제 부진이 자산시장을 압도하고 전반적인 수요가 위축되리라는 것 등이 전망의 근거다. 건산연은 특히 거시경제 상황의 악화 속에서 부동산 시장이 나홀로 호황을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는 거래절벽이다. 매매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거래는 꾸준히 이어지는 게 바람직한데 거래 자체가 아예 실종될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강남에서는 호가가 수천만원, 심지어 1억원 이상 낮아진 매물이 속출하고 있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그 사례중 하나다. 이곳에선 거래가 끊기다시피 하자 전용 76㎡가 한달 전에 실제로 거래됐던 것(18억5000만원)보다 1억5000만원이나 낮춘 가격에 매물로 나왔다.

강남 이웃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도 “매물이 가끔 나오긴 하는데 좀체 매수세가 따라붙질 않는다”며 지금은 매수자들이 관망하자는 쪽으로 돌아서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집값 상승이 저조했던 노원구나 도봉구, 강북구 등에서는 그나마 실수요자 중심의 매매가 간간이 이뤄지고 있다.

거래절벽에 대한 우려는 지수를 통해서도 어느 정도 뒷받침되고 있다. ‘KB부동산 리브 온’이 밝힌 주택시장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주택 매매거래지수는 9.3까지 내려앉았다. 이달 5일 기준으로는 해당지수가 4.0까지 떨어졌다.

0에서 200 사이를 오가는 이 지수는 거래의 활발함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다. 전국 부동산 중개업소 35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해 산출된다.

주택 매도자와 매수자 중 누가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서울의 매수우위지수 역시 지난 5일 기준 67.2까지 내려갔다. 지난달 3일 171.6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매수우위지수 역시 0~200 범위에서 산출된다. 이 지수 또한 ‘KB부동산’이 전국의 부동산중개업소를 상대로 실시한 조사를 토대로 만들어진다. 100을 넘으면 사려는 사람이, 그 미만이면 팔려는 사람이 더 많음을 의미한다.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대세하락으로 전환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갈린다. 따라서 시장 흐름의 방향이 확실히 잡힐 때까지는 매수자들이 관망세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일단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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