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정점이 지난해 2분기 언저리에서 이미 형성됐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부 기관장의 발언이 나왔다. 이로써 민간 경제연구소나 학자들 일부가 지목해온 대로 지난해 2분기 무렵이 경기 정점이었을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발언의 주인공은 강신욱 통계청장이었다. 강 청장은 12일 세종시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경기가 지난해 2분기 언저리에 정점을 찍은 것 같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지난해 2분기 정도가 경기 정점인 듯 보인다’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한 말이었다.

강신욱 통계청장. [사진 = 연합뉴스]
강신욱 통계청장. [사진 = 연합뉴스]

강 청장은 “몇월이라 확정할 수는 없지만, 그 언저리가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작년 2분기에 경기 정점이 형성됐다는 것은 곧 우리 경기가 그 때부터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경기 흐름의 전환점에는 호황의 정점과 불황의 최저점 두 가지가 존재한다. 전자는 경기 흐름이 상승에서 하강으로 바뀌는 시점이고, 후자는 그 반대의 경우를 나타내는 시점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경기동행지수 순환변통치가 6개월 연속 하락하면 경기가 정점을 지나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을 의심하게 된다.

우리의 경우 지난 4월부터 이 지수가 내리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경기가 고점을 지나 내리막길로 접어든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심심찮게 제기됐었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들은 ‘하방 압력’이 강해지고 있음을 언급할 뿐 하강 국면 진입 가능성을 부인해왔다.

그런 가운데 통계청은 최근 정부 기관 중 가장 먼저 경기 하강 가능성을 거론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31일 통계청은 9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하면서 경기 전환점 공식화 문제를 거론했다. 여기서 말하는 경기 전환점은 앞에 기술된 ‘호황의 정점’을 의미한다.

따라서 통계청이 말한 전환점 공식화는 경기가 정점을 찍은 시점을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확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 통계청 관계자는 “늦지 않게 공식화 작업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러더니 이번엔 통계청장이 직접 공식화 작업 추진에 대해 일정까지 거론했다. 강 청정은 이날 간담회에서 빠르면 내년 상반기까지 소정의 절차를 거쳐 공식적 판단을 내리는 작업을 마치겠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절차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외에 동행누적확산지수, 국내총생산(GDP) 등 각종 경제지표를 종합 분석한 뒤 학계 전문가들과 한국은행 등의 의견을 참고하는 것과 그 이후 거쳐야 할 국가통계위원회의 승인 등을 의미한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는데는 연 단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게 보통이다. 강 청장의 말은 이 과정을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해 가능한 한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 정점을 공식 확인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이와 관련, 강 청장은 “경기가 오르락내리락이 아니라 일관된 모습을 보이니까 질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소개한 뒤 “마냥 미룰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나중에 수정할 수도 없는 만큼 섣불리 발표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장기간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경기 하강 국면 진입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한 해명성 발언이었다.

이날도 강 청장은 경기 하강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그같은 판단은 정점 공식화와 병행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그는 “아직 하강 국면이라고 섣불리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강 청장의 이번 발언은 정부의 경기 전환점 공식화 작업 돌입이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논란을 낳을 것으로 보인다. 전환점 공식화가 늦어지면 당연히 정책적으로 대응할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이 논란의 배경이 될 수 있다.

경기의 하강 국면 진입 가능성이 보다 구체화된 마당이라 이달 말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 논의도 새롭게 관심을 끌게 됐다. 기준금리가 어떻게 결정될지도 궁금하지만, 금통위 회의 이후 열릴 브리핑에서 경기에 대한 한은의 판단이 어떻게 표출될지 또한 뜨거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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