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상생의 모델’로 주목받는 ‘광주형 일자리’가 여전히 산통을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난산 끝에 옥동자가 탄생하기를 기대하며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정부뿐 아니라 당과 청와대도 ‘광주형 일자리’ 탄생을 위해 발벗고 나선 형국이다.

광주시와 현대자동차가 참여하는 ‘광주형 일자리’ 협상은 14일 최종 담판 성격으로 진행된다. 이 사업과 관련한 중앙정부의 예산 지원 문제로 인해 국회의 예산 심의가 마무리되는 15일 이전에는 협상을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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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선 때부터 후보들에 의해 거론돼온 ‘광주형 일자리’ 만들기는 이용섭 광주시장이 취임한 이후 보다 구체화되면서 적극적으로 추진됐다. 이 안은 광주에 자동차 공장을 유치한 뒤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한편 해당 업체가 기존 완성차 업체 직원들의 절반 수준 임금으로 직원들을 고용해 운영토록 해주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직원들이 기존의 동종 업체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대신 중앙정부는 공공주택 입주와 생활편의시설 등을 적극 지원하게 된다. 이 사업이 ‘노사 상생의 모델’로 불리는 이유다.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지를 업고 광주시는 현재 현대자동차와 논의를 진행중이다. 구체적 논의 내용은 광주의 빛그린산업단지에 공장을 세워 매년 1000㏄ 미만의 경형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 10만대를 생산한다는데 모아져 있다.

현재 논의중인 근로자들의 평균 초임은 연봉 기준 35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광주시는 설립 후 5년간 단체협약 및 임금협상을 유예하는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차종을 경형 SUV로 설정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현대자동차가 설립한 기존의 공장에서는 이 차종을 만드는 것이 사실상 어려웠다.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하는 고비용 구조에서 이 차종을 만들어서는 중국과 경쟁할 수 없다는 게 중요한 이유중 하나다. 현대차는 비교적 부가가치가 높은 기존의 차량 생산에서도 이미 생산성 저하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엔 기존 현대차 노조와의 갈등을 최대한 피해보려는 의도도 담겨 있었다.

처음부터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고도 고용 부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난감해진 문재인 정부에 ‘광주형 일자리’ 협상은 복음과도 같은 것이었다. 청와대와 정부여당은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출범에 성공한다면 그 파급 효과가 다른 지방 도시로 전파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는 듯 보인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와 국무총리, 여당 대표 및 원내대표 등 당·정·청이 다같이 협상을 성공시키기 위해 뛰고 있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민주노총과 전교조는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됐다.

현재 민주노총은 ‘광주형 일자리’ 협상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현대차 노조는 회사가 광주시와 협상에서 합의할 경우 파업으로 맞서겠다고 으르고 있다.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거스를 뿐 아니라 자동차 업계 임금의 하향평준화를 유도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현대차는 광주시와 협상을 벌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노조와도 물밑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노조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게 지금의 상황이다.

정황상 현대차는 노조의 동의가 없는 한 광주시와 협상을 타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여당 원내대표와 청와대 대통령실장이 정부 여당의 지지세력이었던 민주노총과 각을 세우고 있는 것도 그같은 정황을 반영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현재 드러난 협상 타결 불발의 표면적인 이유는 광주시가 제시한 조건에 대한 현대차의 불만이다. 광주시가 당초 제안했던 내용에서 다소 후퇴한 안을 다시 내밀자 현대차가 난색을 표하면서 협상이 원만히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협상 미타결의 결정적 원인이 현대차 노조의 반대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광주시민들의 열렬한 지원을 등에 업은 광주시는 14일 현대차와 다시 만나 담판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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