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서 미국-중국 간 대립으로 각국 정상들이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못한 가운데 이 같은 미·중 갈등에 따른 후유증에 세간의 이목이 쏠린다.

AP·AFP·로이터 등 외신은 공동성명 불발 사실을 18일 일제히 보도했다.

APEC 정상회의에서 공동성명 채택이 무산된 것은 1993년 첫 회의가 열린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공동성명 채택이 결렬되자, 각국 정상들은 이틀간 일정으로 열리는 APEC 마지막 날 공동성명을 발표하던 관례를 깨고 의장성명을 대신 내기로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APEC 정상회의 마지막날인 18일 개최지 파푸아뉴기니의 수도 포트모르즈비에서 문재인 대통령(뒷줄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앞줄 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3번째), 마이크 펜스(가운데) 미 부통령. [사진=EPA제공/연합뉴스]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 문재인 대통령(뒷줄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앞줄 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3번째), 마이크 펜스(앞줄 가운데) 미 부통령 등이 회의 마지막날인 18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이 같은 APEC 공동성명 채택 실패는 WTO개혁을 둘러싼 미국-중국 간 패권다툼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17일 열린 APEC 최고경영자(CEO) 포럼에서 가시돋친 설전을 주고받으며 정면충돌한 사건이 이 같은 견해에 힘을 실어준다.

시 주석과 펜스 부통령이 통상 등 국제 현안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시 주석은 이날 ‘미국 우선주의’로 대표되는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선제공격을 가했고, 펜스 부통령은 중국의 지식재산권 '절취'와 국영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을 비난하면서 중국에 추가 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반격했다.

중국의 신경제구상 ‘일대일로’를 두고서 펜스 부통령은 공격 태세를 강화했다. 펜스 부통령은 “일대일로로 중국의 차관을 받은 국가들이 빚더미에 앉을 수 있다”고 공격했다. 이에 시 주석은 “일대일로가 패권추구가 아니며 그로 인해 상대국이 빚더미에 앉지도 않는다”고 맞받아쳤다.

개최국인 파푸아뉴기니의 피터 오닐 총리는 폐막 기자회견에서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을 둘러싸고 APEC 정상들 간에 의견이 맞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닐 총리는 누가 공동성명에 반대했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그 방의 '두 거인'을 알지 않느냐”고 답하기도 했다. 그는 WTO와 WTO 개혁 문제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주요 원인이었다고 언급한 뒤, 그러나 WTO 개혁은 APEC의 소관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중 갈등과 관련해 “전 세계가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PEC 공동성명 채택 실패와 관련해 AP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글로벌 강국 사이의 분열이 심화하는 것을 두드러지게 했다”고 평했고 AFP는 “미·중 설전 후 APEC 정상들이 갈라졌다”고 했다. 아울러 dpa통신의 경우 “미·중 사이의 무역분쟁이 APEC 정상회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며 미국과 중국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일각에서 “이번 APEC 공동성명 채택 불발은 미국-중국의 힘겨루기로 인해 발생한 국제 문제”라며 “결국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 아니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등이 터진 곳은 또 있다. 실제 뉴질랜드달러화의 달러 대비 환율이 하락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이다. 19일 오전 6시 40분 현재 뉴질랜드-달러 환율은 전장 뉴욕 대비 0.0016달러(0.23%) 하락한 0.6864달러에 거래됐다.

다우존스는 APEC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중국 간 이견으로 정상들이 무역, 안보, 투자 부문에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이날 지정학적 긴장이 외환시장에 위험회피 심리를 촉발했다고 분석했다.

미국-중국이 이번 APEC 정상회의서 서로를 향해 으르렁거리는 통에 APEC 공동성명 채택 불발 사태, 뉴질랜드-달러 환율 하락 압력 등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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