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에서 정책금리 인상에 제동을 거는 목소리가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경기 흐름을 나타내는 데이터들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보면서 신중한 자세로 금리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 금융계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로 예정된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 = /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최근 등장한 신중론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아니라 연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정책금리 문제와 관련해 신중론을 펼친 대표적 인물이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의 패트릭 하커 총재다. 그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가진 인터뷰에서 “오는 12월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리와 관련된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향후 수주 동안 데이터들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 역시 며칠 전 미국 CNBC 방송에 출연해 비슷한 발언을 했다. 클라리다 부의장은 금리 인상 결정시 더 많은 데이터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 정책금리가 이미 중립금리에 근접해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준금리가 중립금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한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중립금리란 경기를 과열시키지도, 냉각시키지도 않을 정도의 적정 금리 수준을 의미하는 개념이다.

정책금리를 둘러싼 신중론의 대두는 미국 경제의 내년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을 것이란 분석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립금리에 대한 견해차는 미국 경제의 흐름에 대한 판단의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미국내 신중론에 대한 견해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두고 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그는 19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한은과 국제결제은행(BIS)이 공동으로 개최한 ‘아태지역 채권시장의 구조, 참가자 및 가격 형성’ 콘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한 직후 이같이 말했다.

한은은 이달 말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다시 한번 기준금리 인상 문제 등을 논의한다.

이 때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 수준(1.50%)에서 동결하고, 미국이 다음달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다면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차는 상단 기준 1%포인트로 확대된다. 미국이 한번 더 금리를 올리면 정책금리는 2.25~2.50%가 되기 때문이다.

한편 KB증권 김두언 연구원은 이날 미국 연준이 다음달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기준금리 결정권을 쥔 연준 위원들의 성향에 변화가 없고, 캐스팅 보트를 쥔 파월 의장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음을 들었다.

최근 부진하게 나타난 미국의 산업생산 지표에 대해 김 연구원은 “미국 남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의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지표가 나빠진 건 돌발 변수에 의한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는 의미다.

그는 이어 미국의 올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앞선 두 분기보다 저조하겠지만 여전히 잠재성장률(2%)을 웃도는 수준(2.5%)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흐름을 보더라도 미국이 다음 달 정책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내년엔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고 미국 경기도 일시적으로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면서 연준이 내년에도 두 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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