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 다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정조준해 공격을 퍼부었다. 다음 달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한 차례 더 정책금리를 올리는 것을 저지하기 위함이었다.

블룸버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는 ‘저금리 연준’을 보길 원한다. 우리는 많은 ‘연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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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뉴욕 증시에서 주가가 올해 상승분을 단 며칠 만에 까먹을 정도로 급락하자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왔다. 주가 급락이 자신의 최대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경기 호황의 빛을 바래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그 배경인 듯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공격은 틈만 나면 시도됐다. 자신이 임명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취임 이후 매파적 성향(통화 긴축 선호)을 드러내자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그는 “연준이 미쳤다”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감세와 약(弱)달러를 무기로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의지를 표출해왔다. 그러나 연준이 자신의 뜻에 반해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가며 강(强)달러 분위기를 조장하자 불만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런 마당에 최근 뉴욕 증시의 흐름은 트럼프 대통령의 신경을 더욱 곤두서게 했다.

이 날 뉴욕 증시에서는 3대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30, 나스닥 등이 일제히 급락세를 보였다. 전 거래일 대비로 S&P500은 48.84포인트(1.82%), 나스닥은 119.65포인트(1.70%),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551.80포인트(2.21%) 하락했다.

이들 3대 지수는 한결같이 지난 1월 2일의 올해 첫 개장일에 기록했던 수치 이하로 내려앉았다. 장기 투자 관점에서 보자면 사실상 1년 농사가 도로아미타불이 된 셈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정작 상황을 악화시킨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무역전쟁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의 증대, 그로 인한 투자와 소비의 부진, 여기서 파생되는 글로벌 경기 불황에 대한 우려 증대 등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앞장서서 촉발시킨 각국과의 무역갈등, 특히 미·중 무역전쟁이 부메랑이 되어 되돌아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이 현재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중국산 제품 2000억 달러어치에 대해 내년 1월부터 15%포인트의 관세를 추가해 얹을 경우 미국의 주요 제조업체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로 인해 애플 등 굴지의 기업들이 미국 정부에 관세 전쟁 완화를 촉구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현재 뉴욕 증시 하락을 초래하는 직접적 원인은 페이스북과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정보기술(IT) 관련 기술주들을 망라해 표현하는 ‘팡(FAANG)’의 약세다. ‘팡’은 이들 5개 기업의 이니셜을 따 만들어진 이름이다.

미국 기술주의 약세는 한국 증시에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한국의 증시 역시 기술주에 의해 주도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하나만 치더라도 코스피 전체 시총의 5분의1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최근의 장세와 관련, 골드만삭스는 위험 대비 주식 수익률이 최근 수년간의 평균치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현금 보유 증대를 권고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증시가 내년에도 강세장을 보이겠지만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한 우려 증대로 인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글로벌 투자 전략가인 재러드 우더드는 미·중 무역전쟁이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미·중이 양보하기 전에는 금융시장에 더 많은 고통이 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미국과 중국 간 전쟁을 ‘테크 전쟁’으로 표현하면서 이 전쟁이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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