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백혈병' 공식 사과…피해보상 합의
삼성, '반도체 백혈병' 공식 사과…피해보상 합의
  • 이선영 기자
  • 승인 2018.11.23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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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23일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들에게 공식으로 사과하고, 피해자 측과 보상과 재발방지 대책 이행 협의문에 서명했다. 여기서 가장 큰 쟁점은 역시 그만큼 큰 관심이 쏠렸던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다.

삼성전자와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삼성전자-반올림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을 열었다.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와 황상기 반올림 대표는 ‘중재안에서 제시한 내용을, 중재안에서 제시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성실히 이행할 것으로 서약한다’는 내용의 협약서에 서명했다.

김기남 대표는 이날 협약식에서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김 대표는 “소중한 동료와 그 가족들이 오랫동안 고통받으셨는데 삼성전자는 이를 일찍부터 성심껏 보살펴드리지 못했다”며 “아픔을 충분히 배려하고 조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과거 반도체 및 LCD 사업장에서 건강 유해인자에 의한 위험에 대해, 충분하고 완벽하게 관리하지 못했다. 오늘 이 자리를 빌려 병으로 고통받은 직원들과 그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김기남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김기남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오는 30일까지 회사 홈페이지에 사과 내용과 지원보상 안내문을 게재할 예정이다. 

이로써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 3라인에서 일했던 황유미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시작된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11년 만에 일단락된 가운데 향후 피해자들의 보상 문제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 1일 공개된 반도체 백혈병 분쟁 해결을 위한 조정안의 보상기준 핵심은 개인에게 돌아갈 보상액수를 낮춰서라도 최대한 많은 피해자에게 보상하라는 데 있다. 근무와 발병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지만, 인과성이 의심되는 수준까지 피해자의 범위를 가능한 한 폭넓게 인정한 셈이다.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는 이날 삼성전자와 반올림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중재안을 발송한 바 있다.

이 같은 중재안은 1984년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의 반도체·LCD 라인에서 1년 이상 일하다가 관련된 질병을 얻은 전원을 피해 보상 지원 대상으로 정했다.

보상 기간은 1984년 5월 17일부터 2028년 10월 31일로 정하되 그 이후는 10년 뒤에 별도로 정하기로 했다. 보상 대상으로 인정할 질병 종류는 △백혈병·다발성 골수증·뇌종양 등 '일반암' △눈 및 부속기의 악성 신생물 등 '희귀암' △다발성 경화증·파킨슨병 등 '희귀질환' △습관적 유산 등 '생식질환' △선천기형 등 '자녀질환' 등이다.

보상액을 살펴보면 암의 경우 백혈병은 최대 1억5000만원까지, 비호킨림프종·뇌종양·다발성골수종은 1억3500만원까지 보상을 받아 보상액이 가장 높았다. 희귀질환과 자녀 질환의 경우 삼성전자가 최초 진단비 500만원을 지급하고, 완치 시까지 매년 최대 300만원까지 지원해야 한다. 생식 질환은 유산의 경우 1회당 100만원, 사산은 1회당 300만원을 최다 3회까지 지원하도록 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사고 재발방지와 사회공헌을 위해 500억원 규모로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을 출연해야 한다. 이 기금은 전자산업안전보건센터 설치 등 산업안전보건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삼성전자-반올림은 지원보상업무를 위탁할 기관으로 ‘법무법인 지평’을 선정하고, 지원보상위원장에는 중재위원장을 맡았던 김지형 변호사를 선임했다.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을 맡길 기관으로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을 선정했다.

이처럼 ‘최대한 많은 피해자’에게 보상하라는 기준은 마련됐지만, 삼성전자와 반올림 모두 아직 구체적인 보상 대상 규모를 추산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퇴직자들의 질병 유무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추산하기 어렵다”며 “일단 신청을 받아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반올림 관계자 역시 “저희에게 제보가 들어왔던 분들은 수백명 규모”라면서 “그 규모를 넘어설지는 일단 상황을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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