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되면 과감히 버린다.’

미국 최대 자동차 기업인 제너럴 모터스(GM)가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밝혀 자동차 기업들을 포함한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7일(한국시간) GM이 발표한 구조조정 계획은 그 규모만으로도 세상을 놀라게 할 만했다.

발표된 내용의 대강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의 공장 5개와 해외 공장 두 곳의 가동을 내년 말까지 중단한다는 것이다. 이번 발표는 메리 바라 최고경영자(CEO)가 2014년 취임한 이래 드러내온 ‘수익이 나지 않으면 과감히 버린다’는 경영원칙에 입각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이번 구조조정으로 감원될 직원 수가 1만4000~1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글로벌 GM 전체 직원 수의 8%에 해당하는 규모다.

GM은 구조조정을 통해 60억 달러(약 6조7900억원) 정도의 비용을 절감한 뒤 이를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등 차세대 유망 차종 개발에 투자할 뜻을 밝혔다. 세단형 휘발유차 즉, 내연기관차 중심으로 이뤄져온 사업 구조에 혁신적인 변화를 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같은 맥락에서 바라 CEO는 기존의 전통차량 생산 부문에 종사하는 인력을 감축하는 대신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관련 전문인력은 꾸준히 채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수익을 내지 못하는 부문의 인력은 과감히 정리하고, 당장은 아니지만 돈이 되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시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볼 수 있다.

감원 예정 인력 중 대부분인 8000여명이 사무직이라는 점과 연계해 생각하면, GM은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시설 변경과 함께 전문 연구개발(R&D) 인력을 보강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라 CEO는 이날 기자들에게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등으로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며 “GM도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조치가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히려 미국의 경기가 호황을 보이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체질 변화 시도에 나서려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그런 만큼 현재 진행중인 미·중 무역전쟁과도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GM의 결정이 나오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한결같이 아쉬움과 불만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GM 중국 공장을 폐쇄하고 미국 오하이오주에 신차 생산을 배정해야 한다고 주문했고, 트뤼도 총리는 깊은 실망감을 드러내면서 자국에서 발생할 해직자들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GM의 이번 발표는 세계 자동차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을 자극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GM의 선제적 조치는 유럽이나 일본, 한국 등의 자동차 회사들을 크게 자극할 수 있다.

그러지 않아도 자동차의 전통을 오래 지켜온 세단형 가솔린차는 이미 사양길을 달리고 있다. AP통신 보도에 의하면 지난 10월 중 미국에서 팔린 자동차 가운데 65%가 트럭 또는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이었다. 이처럼 시장의 변화 흐름이 빨라진데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에 대한 관심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나아가 전세계적으로 자동차 산업 전반이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도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전통적 내연기관차와 관련된 인력과 시설을 과감히 줄이고 단기적으로는 SUV 등에, 중장기적으로는 미래차 개발에 역량을 쏟아붓겠다는 것이 GM의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GM의 변신을 바라보는 우리에게 중요한 또 하나는 한국GM의 운명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당장 GM이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해외 공장 두 곳에 한국이 포함돼 있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에 대해 GM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때마침 한국GM이 R&D 부문을 따로 떼어내 별도 법인을 만들기로 한 마당이어서 불안감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한국GM이 올해 한차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했으나 여전히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는 점도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대목이다.

한국GM은 지난 4월 적자 누적을 이유로 군산공장을 폐쇄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1200여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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