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과 소비, 투자 등 산업활동 상황을 보여주는 세 가지 지표가 모처럼 동시에 상승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 폭은 미미하지만 주요 지표가 동반 상승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 만했다.

이 세 가지 지표가 동시에 상승한 것은 9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30일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달 농림어업을 제외한 전(全)산업생산지수(계절조정계열, 2015년을 기준점 100으로 삼음)는 107.0으로 한 달 전보다 0.4% 상승했다. 이 지수는 전월 대비로 8월에 0.4% 올랐다가 9월엔 1.2% 떨어지더니, 10월 들어 다시 반등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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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생산 내용을 세분해 보면 광공업 생산이 1.0%, 서비스업 생산은 0.3% 증가했다. 광공업 생산 증가를 주도한 것은 기타운송장비(8.0%)와 금속가공(6.4%)이었다. 수출 주력 업종인 자동차가 마이너스 상승률(- 2.5%)을 보였다는 점은 특히 아쉬운 부분이다.

서비스업 생산 부문에서는 금융·보험과 전문·과학·기술이 각각 1.6%와 2.7%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상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보건·사회복지 분야는 마이너스 2.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체 서비스업 생산지수는 0.3%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 3월의 0.5% 상승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다.

소비를 나타내는 지표도 다소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소매판매액지수는 한 달 전에 비해 0.2% 상승했다. 지난 9월 2.1% 하락(전월 대비)했던 지수가 반등한 것이다. 10월 소매판매 상황의 개선은 승용차 등 내구재(1.7%)와 의복 등 준내구재(0.4%) 등의 판매 상승에 힘입은 것이었다. 소매판매 중에서도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 분야는 0.6% 감소했다.

설비투자 역시 1.9% 증가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9월에 이은 2개월째 상승이다. 지난 9월의 상승률은 3.3%였다. 그 앞 6개월 동안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었다.

설비투자가 두 달 이상 증가세를 보이기는 작년 11월∼올해 2월 4개월 연속 증가 이후 처음이다.

10월 설비투자의 분야별 상황을 보면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0.9%)와 건설기성(토목 -5.5%, 건축 -1.2%)은 일제히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자동차 등 운송장비 분야에서의 투자가 10.0% 상승하며 설비투자 전체의 상승을 떠받쳤다.

건설기성(旣成)은 계약실적이 아니라 실제로 공사 단계에 돌입한 것만을 기준으로 삼아 집계한 수치를 지칭한다.

이처럼 생산과 소비, 투자가 전월에 비해 일제히 증가한 것은 올해 1월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하지만 경기지표는 여전히 좋지 않게 나타나 우려를 키웠다.

우선 지금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10월의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2포인트 하락한 98.4에 머물렀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5월(97.9) 이후 9년 동안 집계된 수치중 가장 나쁜 수준이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0을 기준으로 삼으며, 그 이하이면 현재 경기가 불황 상태임을 의미한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의 하락은 7개월째 이어진 현상이다. 2004년 4~10월에도 해당 지수가 7개월 연속 하락한 바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 수치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통상 동행지수가 6개월 이상 연속으로 하락하면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역시 경기 전환점 공식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경기 전환점 공식화는 경기가 하강하기 시작한 시점을 특정한 뒤 한국은행 등과의 의견 교환을 거쳐 국가통계위원회 승인을 얻어야 완성된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 2분기 언저리부터 경기가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접어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의 경기를 예측하게 해주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또한 전달보다 0.4포인트 하락해 98.8을 기록했다. 최근 9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지수는 5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 내용과 관련, 통계청은 10월 산업동향 지수들이 다소 개선되긴 했지만 그 흐름이 강하지 않아 경기 지표를 상승 전환시키지는 못했다고 평했다.

통계청의 어운선 산업동향과장은 “경기 상황이 안 좋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10월의 개선 흐름이 11월에도 유지된다면 경기가 상승 전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11월은 (어떨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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