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만 1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1.50%였던 기준금리는 1.75%로 올라갔다. 이로써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리더라도 양국 간 금리 차가 최대 1%포인트까지 벌어지는 상황은 일단 피하게 됐다.

한은은 30일 서울 중구 본부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통화정책을 논의한 결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기로 결정했다.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은 사실상 예고된 것이었다. 금리 동결이 결정됐던 지난번 금통위 회의에서 두 명의 위원이 소수의견을 냈고, 또 다른 두 명이 금리 동결에 찬성하면서도 매파적 의견을 내비친 것 등이 그 이유들이다.

이주열 총재 역시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당시 이 총재는 금융 불균형 완화,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기준금리 인상을 예견하게 만드는 요소들도 곳곳에 산재해 있었다. 우선 미국 연준이 다음 달 금리를 인상할 게 확실시되고, 내년에도 통화 긴축 강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금통위 내부의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가계부채가 1500조원을 넘어갔고, 이전보다 완만해졌을 뿐 지금도 그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통화정책 당국으로서는 금리를 올려 ‘빚 무서운 줄 알게’ 해줄 필요성을 보다 절실히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한은이 지나치게 장고를 거듭하느라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엉뚱한 시점에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는 비난을 받을 여지도 있다. 통계청이 경기 전환점 공식화 문제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을 정도로 국내 경제 상황이 안 좋다는 점, 부동산 경기가 경착륙을 우려해야 할지도 모를 만큼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는 점 등이 그 배경이다.

기준금리를 올릴 거라면 부동산 경기가 과열돼 있을 때,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가 지금보다 상대적으로 덜했을 때를 택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금리가 올라가면 소비와 투자가 함께 줄어든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따라서 금리 인상은 경기를 냉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혹은 과열된 경기를 식히기 위해 단행되는 게 보통이다. 미국 연준이 올해 세 번이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고도 추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는 것은 경기 상황에 대한 자신감과 관련이 있다.

내수가 장기간 부진한 상태에 있고, 수출 또한 주력중 하나인 자동차의 부진으로 불안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는데다 밖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이 끝날 기약 없이 장기화되고 있는 점도 지금이 과연 기준금리를 올릴 때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하는 요인들이다.

물론 국내 경기 둔화가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다는 점, 미·중 무역전쟁이 의외로 길어지며 불확실성을 키워왔다는 점 등 한은의 결정을 망설이게 할 만한 요인들도 적지 않았다. 경제성장에 대한 전망이 갈수록 비관적으로 변해갔고, 물가 또한 한은의 목표치만큼 상승하지 않은 점 등도 금리 인상 결단을 방해한 요인일 수 있다.

더구나 한은으로서는 지금마저 때를 놓치면 금리 인상을 단행할 기회를 찾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경기 부양책이 절실한 때 금리 인상을 단행함으로써 경기 하강을 부채질했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물론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기존의 기준금리 수준이 너무 낮다는데 동의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필 왜 이 시점인가?’라는 의문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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