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카드 결제 수수료율 인하안을 확정함에 따라 금융 당국이 그 후속 조치 마련에 착수한다. 카드 사용자들이 누려온 각종 부가서비스를 없애거나 혜택 정도를 줄이고,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경우 그에 합당한 연회비를 내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금융 당국은 개선 방안을 내년 1월말까지 마련한 뒤 상반기 중 실행에 들어가겠다는 일정을 세워두고 있다.

금융 당국의 기본 입장은 카드 이용과 관련해 그간 행해져온 불공정한 관행을 바로잡는다는 것이다. 카드사들이 과도하게 마케팅에 돈을 쓴 다음 그 비용을 가맹점들에게 부당하게 부담시켜 왔다는 게 당국의 시각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이에 따라 금융 당국은 오는 주 중 카드업계와 전문가 등이 두루 참여하는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를 발족시키기로 했다. TF에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함께 참여한다.

금융 당국은 TF 논의를 통해 신용카드사들의 마케팅 비용에 대대적 수술을 가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그 방안을 업계와 머리를 맞대고 의논해가며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길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게 업계나 전문가들의 공동된 시각이다. 당국은 기본적으로 카드사들이 자사 카드 이용자들에게 부여해온 부가서비스가 과도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에 따르면 카드사들이 제공하는 부가서비스의 가치는 연회비의 7배 이상 수준이다. 마케팅 비용이 갈수록 커지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카드사들의 마케팅 비용은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 연도별 비용은 2014년 4조1000억원, 2015년 4조8000억원, 2016년 5조3000억원, 2017년 6조1000억원 등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카드사의 총수익에서 마케팅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 20%에서 2017년엔 25.8%로 크게 증가했다.

이같은 추세를 개선하지 않으면 카드 수수료 인하가 불가능하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따라서 금융 당국은 우선 어느 정도 선까지를 적정한 부가서비스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벌이기로 했다. 그 기준선을 설정해야 ‘과도한’ 서비스에 대한 판단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 같은 판단을 내린 다음 당국은 우선 포인트 적립과 무이자 할부, 할인 등의 혜택을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항공 마일리지 무제한 적립, 공항 VIP라운지 및 레스토랑 무료 이용 등도 당국이 일차적으로 메스를 들이댈 가능성이 큰 서비스 항목들이다. 서비스를 없애거나 적정선의 연회비를 내는 게 대안이 될 수 있다.

법인카드나 대형 가맹점에 한해 주어지던 서비스도 집중 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사들은 법인카드에 대해 첫해분 연회비를 관행적으로 면제해 주는 일이 많았다. 대형 가맹점에 대해서는 포인트 비용 대납, 복지기금 출연 등의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당국의 방침은 부가서비스 수준을 보통의 소비자들이 보편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간소화하고, 그 이상의 특별한 서비스가 주어지는 상품에 대해서는 합당한 연회비를 내고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카드사들로서도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감당하려면 부가서비스를 줄이고 연회비를 올리는 것 외엔 뾰족한 대안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그럴 경우 결과적으로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빚어질 카드사의 손실을 소비자들이 메워주게 된다는 데 있다. 영리 추구가 목적인 카드사들이 스스로 손실을 감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옳다.

새로 발생할 카드 수수료 인하 혜택이 연매출 5억 이상 가맹점들에게만 돌아간다는 점도 문제다. 연매출 5억의 가맹점주를 과연 영세사업자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이 지난 달 마련한 카드수수료율 개편안은 연매출 5억 이상 30억 이하 가맹점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5억 이하 가맹점들의 신용 및 체크카드 수수료율은 이전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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