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3일 ‘편의점 산업의 거래 공정화를 위한 자율규약’을 사상 처음으로 승인했다. 이번 자율규약안의 핵심은 기존 편의점으로부터 50~100m 안에는 같은 회사의 가맹점은 물론 경쟁사의 가맹점도 생길 수 없게 했다는 데 있다.

이에 일각에선 “프랜차이즈 업계 모두 경기 불황으로 인해 어느 정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편의점에만 적용되는 이번 자율규약이 다른 프랜차이즈 업종에도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치킨가게·빵집·카페 등 다른 프랜차이즈 업종에도 자율규약이 적용될지 이목이 쏠리는 이유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편의점업계와 다른 프랜차이즈 업종을 구분해서 관측하고 있다. 고병희 공정위 유통정책관은 5일 편의점 자율규약 선포식 후 "편의점은 치킨 등과는 근본적으로 특성이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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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책관은 "치킨은 상품의 품질 자체가 다르고, 고객의 취향이 다를뿐더러 최근에는 배달 수요가 많이 발생한다"며 "편의점처럼 유사한 품질의 공산품을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거리 제한 이슈가 많이 등장하는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견이 들어오면 검토하겠지만, 품질 차이와 배달 수요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공정위는 2012년 치킨가게(800m)와 빵집·카페(500m) 등에도 신규점포 출점 거리 제한 내용을 담은 모범거래기준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같은 거래기준이 기업의 경제활동을 지나치게 제약할 수도 있어 2년만에 폐지했다.

이번 편의점 업계 자율규약을 두고 “공정위가 그동안 획일적인 거리 제한을 ‘담합’이라고 해오다가 이번에 사실상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고 꼬집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 정책관은 “규약안의 실제 내용을 보면 50m라든지, 100m라든지 이런 수치가 들어가 있지 않다”며 “물론 거리 제한과 유사한 효과를 거두는 측면은 있지만, 획일적인 거리 제한이 담합의 소지가 있다는 판단 자체를 바꾼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자율규약의 구체적인 내용에 따르면 우선 본사는 3개월 연속 손해를 본 편의점에 심야(오전 0~6시)에 문을 열도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 질병 치료 등 불가피한 이유가 있는 점주도 그 대상이다. 또 편의점을 폐점할 때 내야 하는 위약금을 면제하거나 대폭 깎아주는 방안도 있다. 이 경우 실적 부진이 점주 책임이 아니라는 걸 증명할 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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