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는 보통 장기채가 단기채보다 높다. 채권 투자자 입장에선 만기가 긴 채권을 산다는 건 위험을 무릅쓰고 돈을 장기간 빌려주겠단 뜻이다. 이러한 위험 프리미엄이 반영(차감)돼 장기 채권의 가격은 단기물보다 낮기 마련이다.

한데 경기 악화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투자자들이 단기물보다 장기물에 눈독을 들이면서 장기물 금리가 하락(가격 상승)하고 단기물 금리는 상승하는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장단기 채권의 금리 차 축소 또는 역전이 경기 불황을 미리 알리는 조짐으로 여겨지는 건 이 때문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미국 장단기 국채의 금리 격차가 좁혀졌다. 일부 구간에선 이미 금리가 역전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채권시장의 장단기 금리차도 2년여 만에 최소로 좁혀져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의 경우 4일(현지시간) 2년물과 5년물 금리가 11년 만에 처음으로 역전됐다. 2년물과 10년물 금리차도 크게 좁혀졌다.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3.1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3.24%), 나스닥 지수(-3.80%) 등 주요 지수는 모두 3%대의 낙폭을 기록했다.

우리나라도 안심할 순 없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은 전 거래일보다 1.0bp(1bp=0.01%p) 내린 연 1.914%, 10년물은 2.6bp 하락한 연 2.102%로 각각 마감했다.

10년물과 3년물의 금리 격차 기준으로 장단기 금리차는 18.8bp에 머물렀다. 2016년 10월4일(17.9bp) 이후 2년2개월 만에 가장 작은 수준이다. 이처럼 금리차가 20bp 이내로 좁혀진 건 2016년 10월5일(19.4bp)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이유다. 금융 전문가들도 최근 국내 채권시장의 장단기 금리차 축소가 내년 이후 경기부진의 전조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경우 경기동행지수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 등 경기선행지표 하락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고채 장단기 금리차가 계속 좁혀지고 있다"며 "이는 내년 한국 경제의 완만한 하강 예고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도 "국내 채권시장의 경우 앞으로 경기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에 장기 금리가 계속 내려가고 있는 것이고 이는 합리적 베팅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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