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은행권을 향해 감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은행권의 구조조정은 예견된 일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인터넷·모바일 뱅킹 확산 등 ‘디지털 변혁’으로 인해 일손이 덜 필요해져서다. 신입직원 채용 여력을 키우기 위해 구조조정을 추진하려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로 인해 은행권에선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희망퇴직’이 뒤따르는 다소 의아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올 하반기에 이미 명예퇴직을 시행했거나, 시행을 검토하고 있다. 검토중인 은행들의 구조조정 시행 시기는 이번 연말연시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농협은행은 지난달 22∼26일 하반기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대상자는 10년 이상 근무자 중 만 40세 이상 직원과 내년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1962년 이전 태생 직원이다. 이들 명예퇴직 대상자에겐 퇴직 당시 월평균 임금의 20∼36개월 치를 특별퇴직금으로 얹어준다. 현재 610명이 신청했으나, 최종 퇴직 인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농협은행은 지난해엔 534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낸 바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 7월 준정년 특별퇴직을 결행했다. 관리자급 27명, 책임자급 181명, 행원급 66명 등 총 274명이 사무실서 짐을 뺐다. 이번 준정년 특별퇴직 대상자는 만 40세 이상이면서 근속 기간이 만 15년 이상인 임·직원이었다.

신한은행도 희망퇴직 검토에 소매를 걷었다. 신한은행이 시행한 희망퇴직에서 눈여겨볼 점은 대상자의 범위다. 지난 1월 이례적으로 전 직급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기존엔 부지점장 이상이었는데, 올 초엔 연차·나이만 충족하면 다 받아주었다. 보통 300명 수준이던 희망퇴직자가 올해 초 700여명으로 늘어난 이유다.

국민은행의 경우 올해 임금피크 대상이 될 사람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민은행은 2015년 희망퇴직으로 1122명을 내보냈고, 지난해 1월엔 2795명, 올해 1월엔 407명을 줄였다.

SC제일은행은 올 연말께 노사 합의에 따라 명예퇴직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규모는 통상적 수준인 수십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대규모 인원 감축을 단행해 현재는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 다만 희망퇴직 수요가 있어 구조조정 불씨는 여전히 남았다. 지난해 7월 희망퇴직으로 1000명 이상이 우리은행을 떠났다. 2016년 11월 민영화 이후 퇴직금이 다른 시중은행 수준으로 올라가 신청자가 많이 몰렸던 것이다. 이전엔 특별퇴직금으로 최고 28개월치 월급을 줬다면 지난해엔 지급액이 36개월치로 늘었다.

시중은행이 경영 사정이 어려워 감원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국민은행의 올해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79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9% 증가했다.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누적 당기순이익이 1조9165억원에 달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1조7972억원, 1조7576억원을 기록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좋았다는 얘기다.

금융 전문가들은 시중은행이 감원을 시행하게 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디지털 변혁을 꼽는다. 비대면 플랫폼이 중요해지고, 인터넷 전문 은행과 경쟁도 해야 한다. 기존 은행은 지점 통폐합과 인력구조 개편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또 시중은행들이 올해 신입 행원 채용 규모를 확대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희망퇴직자들도 받고 있다. 자연스레 사원 물갈이를 하는 모양새다.

실제 우리은행은 상반기 240명을 채용한 데 이어 하반기 510명을 공개 채용한다. 지난해보다 150명가량 많다. 신한은행도 공개채용 인원이 지난해보다 100명 늘어난 600명이다. 전문 인력까지 더하면 올해 채용 규모가 9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은행은 신입 행원 415명을 비롯해 약 700명을 채용 중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채용 규모를 지난해 250명에서 올해 500명으로 두 배로 늘렸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