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논의를 11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올여름 폭염으로 인해 ‘전기료 폭탄 청구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고, 누진제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커진 것을 반영한 움직임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내년 여름 성수기 전에 누진제 개편을 끝낸다는 목표를 세웠다.

산업부와 한전은 이날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위한 ‘전기요금 누진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서울 반포동 팔레스 호텔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TF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가정용 전기요금 제도의 타당성을 검토한다. 이후 의견수렴 절차와 국회 협의 등을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최종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TF는 국책연구기관, 학계, 법조계, 소비자·시민단체 등 다양한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 15명 안팎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민간 전문가가, 간사는 산업부 공무원과 한전 직원이 맡는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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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누진제 개편 논의에서는 현재 가장 적은 요금을 내는 1구간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력 업계의 중론이다.

현행 누진제의 경우 전력 사용량이 200kWh 이하인 1구간에 1kWh당 93.3원을 적용한다. 2구간(201∼400kWh)에 187.9원을, 3구간(400kWh 초과)에는 280.6원을 부과하는 식이다.

정부가 2016년에 6개 구간을 3개로 줄였는데도 누진제 논란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누진제 폐지가 가장 현실성이 있는 개선 방안으로 채택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데 누진제를 폐지하고 단일 요금을 적용할 경우 1구간에 속한 소비자들의 전기요금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전기를 적게 쓰는 저소득층의 요금을 올려 전기를 많이 쓰는 고소득층의 요금을 깎아준다는 '부자 감세' 논란이 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산업부에 따르면 한전의 2017년 평균 전력판매단가인 1kWh당 108.5원을 동일하게 적용할 경우 총 2250만 가구 중 누진제 1구간 800만 가구와 2구간 600만 가구 등 총 1400만 가구의 전기요금이 오르고 나머지 850만 가구의 전기요금은 낮아진다.

하지만 저소득층이 전기를 적게 쓰고 고소득층이 많이 쓴다는 가정은 검증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고소득 1인 가구가 자녀가 많은 저소득층 가구보다 전기를 덜 써 더 낮은 전기요금을 적용받을 수 있다.

이같은 논쟁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10월부터 국내 1만 가구를 대상으로 주택용 전기사용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는 게 산업부와 한전의 설명이다.

산업부는 누진제에 대한 대안으로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요금을 차등하는 계시별 요금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계시별 요금제의 경우 산업용과 일반용 전력에는 이미 도입됐다. 물론 계시별 요금제를 도입하는 데도 걸림돌이 존재한다. 가구당 전력 사용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계량기(AMI)를 가정에 보급해야 하므로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는 “누진제 완화, 누진제 유지·보완은 물론, 누진제 폐지까지 포함해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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