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11일(이하 현지시간)로 예정됐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승인 투표를 연기했다. 영국 의회는 이 날 영국 정부와 EU가 만든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승인투표를 실시하기로 했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투표 하루 전날인 10일 합의안 승인을 위한 투표를 연기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유는 북쪽의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에서 안전장치가 강화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처럼 안전장치가 미비된 상황에서 투표를 실시할 경우 결과에 따라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메이 총리는 예정대로 투표를 실시하면 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해당 지역에서의 안전장치가 마련된 뒤 투표를 실시하면 합의안이 승인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이 총리는 이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점, 그 과정에서 EU 회원국 정상들을 만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연기된 의회 표결을 언제 다시 시도할지도 이 과정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메이 총리는 설명했다.

야당인 노동당은 즉각 반발하며 메이 총리의 사임을 요구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메이 총리가 이번 사태를 수습할 능력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고 주장하며 혼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U와의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노동당은 메이 총리가 자신들의 요구에 부응하기보다 EU 회원국 정상들로부터 영국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발언만을 유도하려 애쓸 것이란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메이 총리는 코빈 노동당 대표가 이번 혼란을 틈타 조기 총선을 요구한 뒤 정권 획득에 나서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가 국익보다는 정치적 이익만 추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합의안에 대한 영국 의회의 표결이 언제쯤 이뤄질지는 불분명하다. 일부 의원들은 크리스마스 이전에 투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메이 총리는 내년 1월 21일을 데드라인으로 설정해두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국민투표에 대해 메이 총리는 거부감을 드러냈다. 앞서 실시된 국민투표 결과를 국민의 뜻으로 받들어 그 뜻을 관철하겠다는 게 메이 총리의 입장이다. 메이 총리는 자신도 개인적으로는 브렉시트에 반대했지만, 제2 국민투표가 실시돼 1차 국민투표 결과가 뒤집히면 나라가 분열하게 될 것이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 자신의 방식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은 더 나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제기되는 의견 중 하나인 ‘노 딜 브렉시트’(합의 없이 EU 탈퇴하기)에 대해 메이 총리는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그럴 경우 영국이 입을 경제적 충격이 너무 커진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