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거래가 11일 재개됐다. 이는 업계가 일찌감치 예상한 결과다. 시가총액 6위, 22조원 규모의 상장사인 삼성바이오를 두고 이해 관계가 얽힌 삼성그룹과 투자자들은 저마다 다른 목적으로 상황을 살피고 있는 형국이다. 삼성바이오에 드리워진 불확실성이 말끔히 가시지 않은 탓이다. 

한국거래소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삼성바이오의 거래를 재개한다고 10일 밝혔다. 지난달 15일 주식거래 중단 조치 이후 26일 만이었다.

삼성그룹은 이날 한국거래소가 삼성바이오에 대한 상장 유지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일단 안도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우선 시장에서는 삼성바이오 상장 폐지 결정이 내려졌을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논쟁의 확산이 불가피했을 것으로 예상됐던 만큼 일단 큰 악재에서는 벗어났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한데 이번 삼성바이오 거래 재개가 재무 안정성, 경영 투명성 등 심사요건을 충족시켜 나온 결과일 뿐 해당 회사가 삼성 총수일가의 ‘경영권 승계’라는 핵심 논란에서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다. 삼성바이오-금융당국 간 법리 다툼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바이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시정요구 등에 대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에 법원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관건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오는 19일 삼성바이오가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요구 등의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심문기일을 연다.

투자자들도 거래를 재개한 삼성바이오의 주식 변동을 눈여겨보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상장 유지 결정으로 거래가 재개된 삼성바이오 주식 가격은 11일 장 초반 급등했다. 이날 오전 9시 24분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바이오는 거래가 중단되기 직전인 지난달 14일의 33만4500원보다 19.43% 급등한 39만9500원에 거래됐다.

한데 많은 증시 전문가들은 삼성바이오 주가의 반등이 단기에 그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태영 KB증권 연구원은 11일 보고서를 통해 “삼성바이오가 그간 불거진 불확실성을 걷어낸 만큼 장기적 성장성에 주목할 때”라고 말했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바이오는 감사 기능과 내부회계관리제도 강화 등을 거래소에 약속했고, 거래소는 경영 투명성 개선계획의 이행 여부에 대해 향후 3년간 점검할 예정”이라며 “올해 5월부터 시작된 상장폐지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일단락된 만큼 투자 심리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바이오의 경우 금융당국과의 불협화음이 여전히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므로 영업과 수주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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