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를 움직이는 성장엔진이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요 기업들의 매출 규모가 2012년 이후 사실상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연매출 1조에 이르는 기업들의 숫자도 몇 년째 답보 상태를 보이거나 줄어들었다.

13일 기업정보 분석업체 한국CXO연구소가 매출액 기준 국내 1000대 상장사의 연도별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지난해 매출 총액은 1492조원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당시인 1997년(452조원)과 비교하면 20여년 만에 3.3배로 늘어난 셈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1000대 기업 연매출의 경우 순조롭게 100조원의 벽을 깨트린 2008년까지 매년 성장세를 이어갔다. 2008년엔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이 무려 27.3%에 달하기도 했다.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9년 잠시 주춤한 뒤 반등하면서 2012년엔 1482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1492조원)까지 5년째 1500조원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연 매출 증가율이 0.7%에 불과하다는데 있다. 이는 사실상 제로 성장을 했다는 얘기다. 특히 우리나라 매출 1위 기업인 삼성전자를 빼고 계산할 경우 같은 기간 매출은 1341조원에서 1330조원으로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집계된다.

이처럼 1000대 기업의 연 매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이른바 ‘1조 클럽’에 가입한 기업 숫자도 몇 년째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약 20년간 매출 1조원 이상 기업 숫자는 2.5배 수준으로 늘었다. 한데 최근 몇 년 간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연매출 1조원 이상 기업의 숫자는 1997년 74개서 꾸준히 증가해 2012년엔 192개로 2.5배 수준이 됐다. 하지만 2013년 189개, 2014년과 2015년 186개에 이어 2016년엔 184개까지 줄었다. 지난해 모처럼 반등하면서 187개가 됐지만, 5년 전과 비교하면 5개나 적은 수치다.

오일선 CXO연구소 소장은 “1000대 기업의 매출 규모가 몇 년째 정체되고 있다는 것은 기존의 산업 패러다임이 과거처럼 유효하지 않음을 의미한다”며 “한국 경제를 움직이는 성장엔진의 동력이 약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신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등의 선제적 조치를 적극적으로 마련하지 않는다면 성장 둔화의 깊은 골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계에선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이 심화한 영향도 있지만 규제 개혁 입법이 번번이 무산되는 데다 재벌 개혁 기조로 인해 대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도 대기업의 성장이 둔화하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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