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제를 업종별, 사업장 규모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연구 보고서를 낸 곳은 한국은행이다.

이 보고서는 경제사령탑 교체로 정부 내에서도 최저임금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시점에 발간된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홍남기 신임 경제부총리는 지난 10일 취임한 이후 최저임금 결정 구조 변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아직 구체적 방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홍 부총리의 발언은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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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업 현장에서는 속도조절 못지 않게 업종별, 사업장 규모별 차등적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크게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 같은 목소리에 설득력을 보태줄 만한 내용의 보고서가 이번에 새로 발간된 것이다.

14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BOK경제연구 - 최저임금과 생산성: 우리나라 제조업의 사례’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은 일단 제조업 전체의 생산성을 높여준다.

그러나 이는 평균적 결과일 뿐, 규모가 작은 사업장이나 저임금 근로자 비율이 높은 영세 업체에는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업체 규모나 임금 수준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가 달라지는 것은 최저임금영향률 차이 때문이라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최저임금영향률이란 한 사업장의 임금근로자 전체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권에 있는 근로자의 비율을 의미한다. 여기서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받는 근로자란 최저임금의 1.2배 이하를 버는 이를 가리킨다.

즉, 최저임금영향률은 저임금 근로자가 많은 곳일수록 높은 경향을 보이게 마련이다. 하나의 사업장 안에서는 최저임금 수준이 높아질수록 그 비율이 올라가게 돼 있다.

실례를 들어 보면, 식료품과 의복 업종은 20% 이상, 석유정제나 기타운송수단 업종은 5% 이하의 최저임금영향률을 나타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5인 미만의 소규모 기업은 그 비율이 30% 이상인데 비해 300인 이상 사업장은 5% 이하인 것으로 집계됐다.

눈여겨 볼 점은 최저임금영향률 변화가 생산성에 미치는 효과가 업종별로 다르다는 사실이다. 이 비율이 5%포인트 상승할 경우 의복·의복액세서리·모피제품 업종은 생산성이 크게 떨어졌다. 같은 조건일 경우 가죽·가방·신발·가구나 비금속광물 업종에서도 생산성이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달리 금속가공, 자동차·트레일러, 1차금속, 식료품 업종 등에서는 생산성이 향상됐다. 제조업 전체적으로도 마찬가지였다.

이를 통해 최저임금영향률이 커질수록, 다시 말해 최저임금이 크게 오를수록 영세 사업장이나 소규모 사업장의 생산성이 악화됨을 알 수 있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점은 최저임금영향률이 큰 업종일수록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이 상용 근로자에게만 돌아가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었다.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고용을 줄이는 현상이 더 많이 나타난다는 점도 주목되는 사실이다.

보고서는 최저임금영향률이 커질수록 임금상승률이 더 높아짐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고용 증가율은 더 낮아지고, 때에 따라서는 임시일용직 근로자의 임금이 오히려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등의 부작용도 있다는 사실을 함께 지적하고 있다.

결국 이 보고서는 최저임금제의 획일적 적용이 갖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제도의 효과적 운용시의 효용성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육승환 한은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똑같은 최저임금을 적용해도 고용과 임금,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은 업종과 사업장 규모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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