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은 고용을 늘리는 거의 유일하면서도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다면 고용도 줄어드는 게 자연스러운 이치다.

그런데 우리 경제의 성장률에 대한 전망은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각 기관들이 속속 내놓는 성장률 수정 전망치가 경쟁이라도 하듯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흐름 속에서 16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 수정 전망치는 2%대 초반을 겨우 넘기는 수준에 그쳤다. 연도별 전망치는 올해 2.6%, 내년 2.5%다. 지금까지 제시된 각 기관의 전망치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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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연구원의 올해와 내년 수정 전망치는 당초의 것보다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부정적 요인들이 더 강화됐거나 많아졌음을 엿보게 한다.

이 전망치가 특히 뼈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민간 연구기관의 냉정한 판단의 결과라는 점 때문이다. 정부기관의 전망치가 기대 반 목표 반으로 제시되는 것과 달리 민간 연구기관들은 오직 객관적 자료와 근거만을 가지고 전망치를 산출한다. 이는 대체로 민간의 전망치가 정부나 국책연구기관의 전망치보다 낮게 나타나는 이유다.

현대연구소의 전망치는 정부나 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제시한 것보다도 낮다.

물론 조만간 수정 전망치를 내놓겠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올해와 내년 전망치를 2.9%, 2.8%로 유지하고 있다. 다른 기관들의 전망치와 괴리가 커진 것은 정부 전망치가 1년에 두 차례만 발표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르면 17일 ‘2019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수정된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의 기관별 전망치는 한국은행 2.7%-2.7%, IMF 2.8%-2.6%, OECD 2.7%-2.8% 등이다. 9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2.7%, 내년 2.6%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성장률 전망을 더욱 비관적으로 제시한 것은 세계경제 성장세의 전반적 둔화, 내수 경기 위축 등과 관련이 있다. 내수 경기 위축의 주범 중 하나인 민간소비는 내년에도 개선될 기미가 엿보이지 않는다. 그 직접적 원인으로는 고용 부진, 소비심리 악화, 금리상승에 따른 윈리금 상환 부담 증가, 부동산 시장 침체에 의한 자산가치 하락 등등이 거론됐다.

설비투자 위축도 내수 경기 위축의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원은 건설투자는 올해 마이너스 2.4%에서 내년에 마이너스 2.9% 성장으로 더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설비투자는 올해 마이너스 0.6%에서 내년 플러스 0.4%로 개선되겠지만 증가폭은 미미할 것으로 연구원은 예상했다.

수출을 이끄는 반도체 설비투자가 감소 조짐을 보이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반도체 설비투자의 가늠자 격인 반도체 제조용 기계의 수입물량이 올해 5~9월 연속해서 줄어들었다.

현대연구원은 반도체가 이끄는 수출도 증가세가 점차 더뎌지는 양상을 보이다 내년엔 증가율이 3.7%에 그칠 것으로 봤다. 지난해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던 것에 비하면 천양지차라 할 수 있다.

반도체 산업 투자 축소와 제품 가격 하락이 그 원인 중 하나다. 올해 1~10월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1.2%나 된다.

내년도 실업률이 3.8%로 예상된 점, 취업자 증가폭이 월평균 12만5000명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 점도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과 무관치 않다.

연구원은 특히 고용 유발 효과가 큰 건설 경기 둔화가 고용 상황 개선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밖에 자동차 등 주력 제조산업의 부진도 내년 고용 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성장률 증가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등이 설비 투자 규모에 비해 고용 유발 효과가 작은 것과 달리 자동차는 협력업체는 물론 다른 업종의 산업에까지 미치는 후방효과가 큰 대표적 업종으로 손꼽힌다.

이는 조선에 이은 자동차 산업의 부진이 큰 우려를 낳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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