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산업계를 보면 반도체는 웃고 자동차는 울었다. 반도체 기업들은 글로벌 호황의 흐름을 타고 실적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반면 자동차 업계는 잇단 악재로 인해 참담한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말 그대로 ‘승리의 한 해’를 보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3분기에 각각 17조5700억원과 6조47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나란히 역대 최고 성과를 거뒀다. 특히 올해 전체로도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서 영업이익 약 49조원을 기록했다. 여기다 SK하이닉스가 22조원을 벌어들이면서 총 합계 70조원이라는 유례없는 이익 실적을 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두 업체는 넘볼 수 없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D램·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에서 각각 합계 점유율 73%와 52%를 기록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미국 인텔을 제치고,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눈에 띄는 점은 이같은 실적을 어려운 상황에서 올렸다는 데 있다. 반도체 시장이 곧 하강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이른바 ‘고점 논란’을 이겼다. 더구나 미·중 통상전쟁과 거시경제 불확실성 등의 악재까지 겹쳤으나, 실적 신기록 행진을 이어나갔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이다. 실제 3분기부터 주요 메모리 제품 가격이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또 중국의 이른바 ‘반도체 굴기’와 미·중 통상전쟁 등으로 인해 4분기부터는 실적이 꺾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반도체 업체들도 걱정 섞인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혁혁한 실적을 이룬 반도체 업종과 극명한 명암 대비를 이루는 업종은 자동차 업계다.

올해 우리나라 자동차 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의 직격탄을 맞았고, 올해도 원·달러 환율 하락, 내수 시장 부진, 중국·미국 판매 감소 등 악재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종 대표 기업인 현대차의 경우 올해 1∼3분기 연결 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1조92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9.4%나 쪼그라들었다. 특히 3분기엔 2889억원에 그치면서 2010년 새로운 회계기준(IFRS)이 도입된 이후 분기 기준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아차는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775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15.5%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3분기에 발생한 통상임금 관련 비용 반영에 따른 기저 효과에 의한 증가였다. 실질적으로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을 올렸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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