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입장을 바꿔 한국GM의 연구·개발(R&D) 법인 설립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로써 한국GM의 R&D 법인분리는 탄력을 받게 됐다. 법인 분리 사업계획서를 검토한 산은은 오는 26일 한국GM 경영정상화를 위해 4045억원의 추가 출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그간 한국GM 경영정상화에 최대 걸림돌이 된 법인 분리 문제는 5개월 만에 일단락됐다.

하지만 한국GM 노동조합 측이 이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경영 정상화 작업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관측된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산업은행은 18일 한국GM과 '주주간 분쟁해결 합의서'를 체결하고, 한국GM 임시 주주총회에서 R&D 법인(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설립 안건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산은은 한국GM이 생산법인과 R&D법인으로 분리된 뒤에도 두 법인에 대해 각각 17%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 지위를 유지한다.

합의서에는 GM과 신설 법인을 GM의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의 글로벌 R&D 거점으로 지정하고 제3국 R&D 물량까지 끌어와 최소 10년 이상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외부 전문 용역기관을 통해 사업계획서를 검토한 뒤 법인을 분리함으로써 생산법인과 R&D법인 모두 수익성과 경영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SUV와 CUV 생산 물량 배정만 합의하는 등 산은과 한국GM의 협상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한국GM이 그간 제출을 거부해온 사업계획서를 산은 측에 전달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는 이번 합의를 이해당사자인 노조를 배제한 '밀실 협상'의 결과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울러 산은과 한국GM의 합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노력'이란 단어가 삽입됐으며, 사용료 문제 등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노조 측은 "미국 GM 본사가 결국 분리된 한국GM 생산법인만 폐쇄하려는 의도로 생산법인 노동자들만 거리로 내몰 것"이라며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부분 파업을 포함한 총 8시간 파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노조가 중앙노동위의 쟁의 조정을 통해 파업권을 얻는 절차를 밟지 못했다는 점이다. 예정대로 노조가 파업을 벌일 경우 불법 파업으로 집행부가 민형사 소송을 당할 수 있다. 여기에 GM본사와 한국GM 모두 불법 파업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노사 갈등이 고조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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