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래 전부터 충분히 제시한 시그널대로 19일(이하 현지시간) 기준금리를 2.25%포인트 올렸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2.25~2.50%로 조정됐다. 내년중 금리 인상 횟수를 두 차례로 조정하겠다는 신호를 보낸 것도 이미 예상했던 대로다.

하지만 이번 연준의 결정은 시장의 요구와 거리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들어 단행된 앞의 세 차례 인상 때와는 그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시장의 반응은 기준금리 인상 직후 뉴욕 증시를 통해 즉각 나타났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는 3대 지수가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지수, 나스닥지수는 각각 1.49%, 1.54%, 2.17% 하락했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19일 뉴욕증권거래소 모니터에 나타나 있는 다우지수. 전날보다 종가 기준 1.49% 하락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그렇지 않아도 이들 지수는 12월 들어 큰 폭의 하락을 기록한 터였다. 이 달 들어 나타난 뉴욕 증시의 부진 양상은 연준의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깊은 관련이 있었다.

특히 FOMC 회의 직후 나타난 증시의 반응은 연준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무엇이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시장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연준이 보다 완화적 결론을 내려주기를 원했다는 얘기다.

제롬 파월 의장의 ‘중립금리 바로 밑’ 발언에서 나타났듯이 연준이 최근 들어 보다 비둘기파적 성향을 강화해온 점도 시장의 ‘혹시나’ 하는 기대를 키웠던 것으로 추정된다.

분위기가 이전과 달라졌음은 현지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감지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트위터를 통해 “의미 없는 숫자들로 판단하지 말고 시장을 느끼라”라고 말하며 금리 동결을 촉구하자 뉴욕 타임스는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 동조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에서 달러가 충분히 강한 상태이고, 사실상 인플레가 없으며, 외부 현실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금리 동결 주장의 이유로 제시했다.

약(弱)달러 정책 신봉자인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야 내용상 연준을 향해 늘상 해오던 그대로였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가 그를 지지하고 나선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었다. 중앙은행 독립성을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판에 오히려 공격의 화살을 연준 쪽으로 돌렸으니 하는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윗에서 언급했듯이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18일자 사설을 통해 연준이 금리 인상 행진을 멈추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가의 입장을 대변하는 매체이긴 하지만 신문이 지닌 권위와 영향력을 감안하면 연준으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다.

신문은 ‘이제 연준이 멈출 때’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현재 미국의 경제 상황은 연준을 향해 금리인상 행진을 멈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CNBC 방송 역시 미국 경제 상황이 어렵다고 강조함으로써 사실상 같은 입장을 드러냈다. 방송은 지난 18일 금융 전문가 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내용을 다루면서 ‘이들 중 23%가 향후 1년 이내에 미국 경제가 침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조사는 CNBC와 연준이 공동으로 실시했으며 설문 대상은 경제학자와 펀드매니저, 투자전략가 등이었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 두 달 동안 연준이 긴축을 지나치게 서두르는 바람에 금융시장이 혼조세를 보였고, 부채 부담이 큰 제조업체나 주택시장, 자동차 부문 등이 타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연준이 현재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단지 석달 전에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애쓴다는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연준은 지난 9월 올해 세 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12월 금리 인상 시그널을 내보낸 바 있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을 전후해 나타난 반응들을 보면 향후 연준의 행보는 상당히 조심스러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미리 설정한 경로대로 순탄하게 통화정책을 구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이로 인해 자칫 통화정책 운용에 대한 예측이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 미국 내에서는 벌써부터 연준이 내년에 금리 인상 횟수를 줄이는 것을 넘어 인하를 단행할지 모른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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