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코스피를 비롯한 세계 주요국 증시가 2018년 한해 거래를 마무리했다. 결산 성적표는 세계 주요 91개 지수 중 80개 지수가 하락했을 정도로 부진하게 기록됐다. 특히 한국이 받아든 성적표는 더욱 부진했다.

코스피는 올해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지난 28일 2041.04를 기록한 채 거래를 마쳤다. 작년 말 종가가 2467.49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간 지수는 17.28%나 하락했다. 지난 1월 코스피가 장중 한 때 2600선을 돌파했던 것을 되돌아보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다.

뉴욕증권거래소 모습. [사진 = AFP/연합뉴스]
뉴욕증권거래소 모습. [사진 = AFP/연합뉴스]

주가 폭락의 대가는 컸다. 지난 1년 사이 코스피에서 증발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262조원이나 됐다. 그만큼의 손실을 투자자, 그 중에서도 개미들이 주로 감당했다는 얘기다. 올해 거래를 마감한 지난 28일 현재 코스피 상장사의 시총은 지난해 1606조원에서 1344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감소율은 16.3%다.

종목별로 보면 대장주답게 삼성전자의 시총 감소액이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의 시총 감소액은 98조원이었다. 삼성전자의 시총은 1년 사이 329조원에서 231조원으로 축소됐다. 코스피 전체 시총 감소액에서 차지한 비율은 37.4%였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 1년간 시총이 56조원에서 44조원으로 줄어들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올 한해 나타난 한국 증시의 부진 정도는 전세계 주요 증시의 그것보다 더욱 심각했다. 지수 하락률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 결과 코스피는 세계 주요 주가지수 91개 중 13위를 차지했다.

이로 인해 한국 증시의 규모는 11위로 1년 전보다 한 계단 올라갔지만, 절대 규모는 오히려 20% 정도 줄어들었다.

코스피보다 더 큰 폭의 하락률을 보인 주요 지수는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로 그 폭이 25%에 육박했다. 두바이와 아테네 증시에 이어 하락률 3위를 기록한 상하이지수의 부진은 상하이 증시의 시총을 2조4000억 달러나 증발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상하이증시 전체 시총의 30%가 1년 사이 증발해버린 것이다. 이는 자사가 관련 집계를 시작한 2002년 이후 가장 큰 규모에 해당한다는 게 블룸버그의 설명이다.

상하이지수의 참담한 성적표 등으로 인해 중국은 주식시장 규모에서 일본에 2위 자리도 내주고 말았다.

30일 한국거래소 집계에 의하면 올해 코스피 상장 종목 10개 중 7개가 하락을 면치 못했다. 조사 대상 879개 종목 중 작년 말보다 주가가 올라간 것은 252개(28.7%)에 불과했다. 조사 대상은 작년 말과 올해 말의 주가 비교가 가능한 종목으로, 올해 신규 상장됐거나 상장 폐지된 종목 등은 제외됐다.

코스닥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분석 대상 1231개 종목 중 72.1%인 887개 종목의 주가가 하락했다.

이처럼 한국 등 전 세계 증시의 부진을 불러온 주요 요인으로는 올 들어서만 네 차례에 걸쳐 진행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지난 3월부터 본격화된 뒤 나날이 전선을 확대해온 미·중 무역전쟁, 그로 인한 글로벌 경제성장 둔화 등이 꼽힌다. 최근 들어서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이란 악재까지 덧씌워지면서 세계 증시는 신음소리를 키울 수밖에 없었다.

불안했던 국제유가와 브렉시트 진행 과정상의 잡음, 이탈리아 재정 불안 등도 악재로 지목할 수 있지만 연이은 결정타는 미국으로부터 나왔다고 정리할 수 있다. 그 중 상당 부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관련이 있다. 한때 그가 미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국제유가의 과도한 상승을 막는데 일조함으로써 증시에서 ‘트럼프 랠리’라는 말까지 나돌았지만, 1년을 결산하는 최종 성적표는 그 말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결국 올해 세계 증시의 결정적 변수는 ‘미국 리스크’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같은 현상은 새해 들어서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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